쿠바장로교단 아르세 총회장, 쿠바선 ‘사회주의=무신론’ 공식 깨졌다

입력 2010-09-14 18:37


“쿠바의 기독교는 분명한 성장세에 있습니다. 한국교회에서도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쿠바 복음신학대학 총장이자 아바나 국립대 신학 교수인 쿠바장로교단 레이네리오 아르세(60) 총회장이 한국을 찾았다. 쿠바장로교회와 협력관계에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참석 등을 위해서다. 4∼14일 열흘간 체류하면서 순천남부교회(박병식 목사), 서울 현대교회(홍인식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선교훈련원의 라틴아메리카 선교정책 세미나 등에서 쿠바 및 남미의 기독교 상황을 전했다.

12일 현대교회에서 만났을 때도 아르세 총회장은 쿠바의 기독교 상황을 간략히 설명해 줬다. 쿠바는 인구의 90%가 가톨릭 신자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아프리카 종교와 혼합된 토속 종교를 제외한 본래 의미의 가톨릭과 기독교(개신교) 신자 비율은 각각 7∼10% 정도라고. 이 중 기독교는 예배당마다 사람이 꽉꽉 찰 정도로 성장세에 있으며 특히 교회학교와 청년의 비중이 크다고 전했다. 아르세 총회장은 “쿠바 내에 종교의 자유가 완벽하게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순천남부교회와의 자매결연으로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는 그는 한국교회에서 여러 가지를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교회와 교단은 조직이 체계적이고 평신도 훈련이 잘돼 있습니다. 특히 성가대를 볼 때마다 놀랍니다. 쿠바인들도 노래를 즐기지만 한국은 예배에서 음악을 활용하는 수준이 상당히 높습니다.”

동석한 부인 파트리시아 아레스(53)씨도 “한국교회는 강단에 꽃과 나무를 아름답게 장식한다”면서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대한 경외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아레스씨는 아바나 국립대 심리학 교수다.

이어서 아르세 총회장은 순천남부교회와의 협력관계를 “아주 훌륭한 모델”이라고 자랑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돕는 것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며 장점을 배우고 필요한 부분을 돕는 관계라는 것이다. 그는 “라틴아메리카에 한국인 선교사가 800여명 와 있다고 하는데 이와 같은 협력 방식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 교회를 인정하지 않고 처음부터 가르치려고 드는 선교사는 결코 도움이 안 되고 분열만 야기한다는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의 목사로서 한국교회에 북한과의 통일 준비를 위한 조언을 요청하자 “쿠바의 사회주의는 북한과 다르다”면서도 “공통의 관심사를 두고 협력하다 보면 통할 수 있다”고 전했다.

“쿠바 사회주의는 가난한 자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됐지요. 기독교도 그 부분은 같기 때문에 가난한 자를 돕는 일에 정부와 지속적으로 대화해 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사회주의는 무신론’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기독교인의 정부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