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본색’ 리메이크 ‘무적자’ 송해성 감독 “주윤발식 쌍권총 액션 아닌 형제애 멜로”

입력 2010-09-14 17:58


“‘무적자’는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닙니다. 그렇게 기대하고 봤다간 실망할 수 있을 거예요.”

팬들에게는 ‘홍콩 느와르의 전설’로 기억되는 영화를 리메이크했으면서 액션영화가 아니라니. ‘파이란’(2001) ‘역도산’(2004)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 등을 통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춘 감독으로 주목받은 송해성(46) 감독이 이번에는 오위썬(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1986)을 각색했다. 그를 13일 서울 상수동 카페에서 만났다.

송 감독은 인터뷰 내내 ‘액션은 드라마를 설명하기 위한 영화적 장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혁이와 철이가 따로 앉아 밥을 먹다가 나중에 묵묵히 같이 먹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을 찍으면서 배우들에게 ‘내가 너희 둘이서 밥 먹는 장면을 찍고 싶어서 이 영화를 했나 보다’라고 말했습니다. (사나이들끼리의 의리를 중요시한 액션 영화인) ‘영웅본색’과는 그런 지점에서 다르지 않을까요?”

그의 말대로, 리메이크작은 원작과 달리 형제애를 이끌어내는 데 집중했다. 차례로 탈북한 형제 혁(주진모 분)과 철(김강우 분)은 각각 범죄조직과 경찰에 몸담지만 뿌리내리기는 쉽지 않다. 서로의 존재는 각자의 인생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범죄자들과 연루돼 있는 형에게 경찰 동생이 느끼는 감정은 애증 그 자체다. 이에 더해 혁과 함께 탈북한 영춘(송승헌 분)의 우정이 그려졌다. 이질적인 존재에게 배타적인 사회, 겉도는 자들의 외로움. 감독은 원작보다 훨씬 비극적인 결말을 통해 우리 사회의 소통과 폭력성의 문제에 대해 비관적인 시선을 드러냈다. 원작에서 주어룬파(주윤발)가 맡았던 영춘 역의 존재감은 다소 줄어들었다.

“저는 이 영화를 삼각관계를 그린 멜로라고 생각하면서 만들었습니다. 등장인물들끼리의 감정 면에서요. 배우들에게도 그렇게 주문했고요.”

이를 위해 감독이 선택한 배우는 주진모, 송승헌, 김강우, 조한선이다. 여성 관객들의 관심을 끌기엔 부족하지 않지만 1986년의 주어룬파, 장궈룽(장국영), 티룽(적룡)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의외의 조합일 수 있다. 언론시사회를 마친 직후에는 “누구는 누구와 비교해 얼마나 부족하고 누구는 어떻다”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렸다. 이에 대해 송 감독은 “어떤 배우가 출연했더라도 원작과 비교되는 건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며 “배우들에겐 주윤발 등 당시 출연진을 잊으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세기말 반환을 앞둔 홍콩이라는 무대가 리메이크작에서 부산으로 옮겨진 점도 흥미롭다. 송 감독은 “부산이 총기 구입이 비교적 쉽고 무기 밀매가 이뤄지는 장소라는 점을 염두에 뒀다”고만 말했지만, 대도시와 최남단의 바다가 겹쳐지는 한국적인 배경은 작품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와 썩 잘 어울린다. ‘수시로 총기 난사하는 조직폭력배’는 한국 상황과는 그다지 맞지 않는 설정이긴 하지만.

송 감독은 배우들에 대해서도 한마디 덧붙였다. “캐스팅 전 주진모씨에게 전화가 와서 ‘김혁 역할 맡을 사람 대한민국에서 나밖에 더 있냐’고 하더군요. 송승헌씨는 술자리에서 ‘왜 나만 미워하시냐’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웃음). 조한선씨는 스태프까지 팬으로 만든 배우고요. 김강우씨는 여성 관객들에게 반응이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흥행에 대한 기대도 커 보였다. ‘(송 감독이) 100만명만 들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인터넷 보도를 들먹이자 “100만명에 만족하는 감독이 어딨겠어요”라고 답변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