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선 전자책 단말기
입력 2010-09-14 17:57
애플 ‘아이패드’, 삼성전자 ‘갤럭시탭’과 같은 태블릿PC의 등장으로 가장 위태로워진 정보기술(IT) 기기는 전자책 단말기다. 흑백화면으로 책 읽기만 되는 전자책 단말기가 컬러화면으로 전자책뿐 아니라 온갖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태블릿PC와 싸워야 할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꽃을 피우기도 전에 지고 마느냐, 아니면 차별화된 특성을 살려 독자적인 시장을 확보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국내에선 삼성전자, 아이리버, 인터파크, 북큐브 등이 전자책 단말기를 출시했으나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판매된 총량은 10만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단말기를 통해 볼 수 있는 전자책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기능에 비해 가격(30만원대)이 비싸기 때문에 보급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월 전자책 단말기 ‘SNE-60’을 선보였던 삼성전자는 갤럭시탭을 공개하면서 전자책 단말기 대신 태블릿PC 사업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전자책은 태블릿PC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의 하나가 될 것이며 하드웨어도 태블릿PC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머지 전자책 단말기 업계는 일단 가격인하로 대응하고 있다. 올 초 35만2000원짜리 제품을 출시했던 북큐브는 신제품 ‘B-815’를 14만9000원에 내놨다. 아이리버도 신제품 ‘커버스토리’를 지난해 선보인 ‘스토리’보다 저렴한 가격에 출시했다. 스토리가 34만9000원인 데 비해, 터치스크린과 와이파이(무선랜) 기능을 갖춘 커버스토리는 28만9000원이다. 인터파크도 ‘비스킷’ 가격을 39만8000원에서 24만9000원으로 대폭 내렸다.
전자책 단말기도 장점은 있다.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는 태블릿PC의 LCD 화면에 비해 장시간 봐도 눈의 피로가 덜하고 밝은 곳에서도 잘 보인다. 전력 소모도 월등히 적어 책 읽기 기능만을 따지면 전자책 단말기가 태블릿PC보다 낫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저렴한 단말기 가격에 풍부한 콘텐츠가 공급된다면 미국 아마존 ‘킨들’의 경우처럼 독자적인 시장이 생길 수 있으리란 전망도 있다.
이재우 아이리버 대표는 “태블릿PC로 할 수 있는 게 많지만 책을 보는 기기로는 전자책 단말기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이 시장도 독립된 영역으로 존재할 것”이라며 “국내보다는 전자책 콘텐츠가 풍부한 중국 등 비영어권 국가들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