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최종 조사결과] “TNT 360㎏ 폭발력 의해 침몰… 기뢰 아니다”
입력 2010-09-13 21:43
천안함 피격사건을 조사해 온 국방부 민·군 합동조사단은 13일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고 활동을 공식 종료했다. 합조단은 이 보고서를 통해 지난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피격사건은 북한 어뢰 공격에 의한 수중 폭발로 발생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끊임없이 제기된 좌초설의 단초가 된 스크루의 휨 현상에 대해서는 선체 중앙부에서 발생한 외부 폭발이 스크루 축에 전달되면서 발생한 손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어뢰 폭발 충격이 컸던 천안함 왼편의 스크루는 온전한 반면 오른쪽 스크루가 심하게 손상된 것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북측 소행의 결정적 증거로 제시된 어뢰추진체에 새겨진 한글 글씨 ‘1번’이 지워지지 않은 것은 폭발시 열이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심 7m, TNT 360㎏의 폭발력=합조단은 보고서에서 천안함을 공격한 어뢰의 폭발력을 검증하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천안함은 가스터빈실 중앙으로부터 왼쪽으로 3m 떨어진 수심 7m 지점에서 발생한 TNT 360㎏의 폭발력에 의해 침몰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합조단은 미국과 한국 측이 각각 한 차례 선체변형 현상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미 측은 수심 6∼9m에서 TNT 200∼300㎏ 규모의 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으며, 한국 측의 실험은 동일지점에서 TNT 250∼360㎏ 규모의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 측 실험에는 영국 조사단도 참여했다.
윤덕용 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은 “두 경우를 종합하면 천안함은 수심 7m 지점에서 TNT 360㎏ 정도의 폭약이 폭발해 침몰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뢰에 사용되는 고성능 폭약에 TNT와 이보다 더 강한 폭약 성분이 첨가되는 점을 감안하면 고성능 폭탄 250㎏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는 합조단이 천안함을 공격한 것으로 추정하는 북한 어뢰 CHT-02D의 폭약 규모와 비슷한 수치다.
◇스크루의 변형은 폭발 충격으로 발생=보고서는 천안함이 암초나 다른 물질에 의해 좌초했다는 증거로 제시되고 있는 스크루가 구겨진 모습은 외부 폭발 충격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충설명에 나선 충남대 노인식 교수는 “무언가에 부딪혀 충돌했을 경우 나타나는 찢김이나 긁힘 등 국부적인 손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좌초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선체 중앙부에서 발생한 폭발 충격이 스크루 추진축에 전달되면서 휨 형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뢰가 폭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천안함 왼쪽의 스크루는 비교적 온전한 형태여서 합조단 설명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합조단 관계자는 “폭발 충격으로 천안함이 오른쪽으로 기울어 해저에 닿으면서 오른쪽 스크루가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일부에서 제기되는 기뢰에 의한 폭발 가능성도 배제했다. 보고서는 피격사건이 발생한 백령도 근해 조류를 분석한 결과, 강한 조류와 조수간만의 차를 고려할 때 기뢰는 설치가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또 1977년 우리 군이 백령도 부근에 설치한 육상조종기뢰(MK-6)의 폭발 가능성도 없다고 봤다. 2008년에 이미 이 기뢰들을 수거했으며 설사 수거되지 않은 기뢰가 있다 하더라도 천안함 선체를 절단할 수 있을 정도의 폭발력은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어뢰추진체에 쓰인 ‘1번’ 잉크가 지워지지 않은 이유=보고서는 어뢰 폭발 때 150℃ 이상의 고열이 발생했는데도 잉크가 녹지 않은 이유는 수중(수온 3℃)에서 폭발했고, 어뢰 탄두부에서 폭발이 이루어지더라도 4m에 달하는 전지부(앞부분)가 완충 역할을 해 열이 빨리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 1번이 표기된 부분은 추진체 뒷부분의 내부로, 덮개의 보호를 받고 있던 점도 잉크가 지워지지 않은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KAIST 열역학 전문가인 송태호 교수의 어뢰 폭발시 온도변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송 교수는 수중에서 어뢰가 터질 때 1번 글씨가 쓰인 어뢰추진체 후면은 열전도가 되지 않아 온도 변화가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