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 교사·공무원 33명 전원 ‘유죄’

입력 2010-09-13 21:36


지난해 6∼7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국선언을 주도한 정진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을 포함한 전교조 간부, 민주공무원노동조합 간부 등 33명에게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정한익)는 13일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이를 전교조 홈페이지에 게시한 혐의(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정 위원장 등 전교조 소속 교사와 공무원 24명에게 벌금 70만∼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지난해 7월 전교조와 함께 범국민대회에 참여한 정헌재 민주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손영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오병욱 법원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등 9명에게도 벌금 100만∼200만원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시국선언 혐의로 기소된 전교조 간부 등에 대한 재판에서 전국 각급 법원의 형사단독 재판부마다 유·무죄 판결이 엇갈리자 지난 3월 관련사건을 재정합의부에 모아 배당했다.

재정합의부는 부장판사급 판사를 포함한 단독판사 3명이 합의제로 판결하는 재판부다. 통상적으로 법정 형량이 가벼운 범죄는 판사 한 명으로 구성된 단독재판부가 맡지만 주요사건일 경우 재정합의부가 심리할 수 있다.

전국 최대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의 재정합의부가 이들에게 모두 유죄 판결을 내림에 따라 전국적으로 1심 또는 항소심이 진행 중인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관련 사건은 1심에서 유·무죄가 엇갈렸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항소심에서는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시국선언은 특정 정당 또는 정치 세력과 연계해 정부를 압박하면서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행위”라며 “이는 교원노조법이 금하는 집단적 정치활동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교원노조의 활동 범위는 임금, 근무조건, 후생복지 등 교원과 공무원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에 관한 것이고 시국 선언의 내용은 이를 벗어났기 때문에 일상적인 조합 활동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선언 내용 자체가 위헌적이거나 반사회적이지 않고 과정이 평화적이었던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전교조의 강령이 모두 교육에 국한된 점을 언급하며 “정치적 사안에 대해 견해를 밝히는 것이 강령의 취지에 맞는지 의문이다. 학생의 학습권도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들을 민주시민으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해 달라”는 당부의 말도 건넸다.

정 위원장은 재판이 끝난 뒤 “판결문 자체가 검사의 공소장을 그대로 읽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면서 “성장된 시민의식에 뒤처져 시대 조류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는 사법부의 태도가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논평을 통해 “절대 승복할 수 없다”며 “공권력 남용 중단, 헌법 기본권 보장, 사회적 약자 배려, 대운하 의혹 해소, 경쟁 만능교육 중단 등 시국선언 내용 중 어떤 것이 잘못됐는가”라고 반문했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