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百 “승진하고 싶으면 한국사시험 통과”
입력 2010-09-13 18:26
‘승진하고 싶다면 국사 공부는 필수’. 롯데백화점은 2007년부터 대리, 과장 진급을 앞둔 사원들을 대상으로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보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국사가 선택과목이 된 요즘 이색적인 승진 시험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60점 이상을 받지 못하면 불합격이다. 인사고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더라도 국사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승진을 할 수 없다.
13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첫 시험이 시행된 2007년부터 지난달 6일 실시된 제4회 시험까지 4년 동안 3149명이 합격했다. 롯데백화점은 직원들의 사기를 고려하는 차원에서 합격률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올해는 800명가량이 시험을 치렀다.
롯데백화점의 국사시험은 국사편찬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된다. 객관식 50문항으로 출제되고 진급 과정에 따라 2, 3급으로 나누어 시험을 본다. 2급 진급대상자는 대학 교양과목 수준인 ‘한국사능력시험 2급’, 3급 진급대상자는 고등학교 국사 수준인 ‘한국사능력시험 3급’을 통과해야 한다. 롯데백화점은 직원들에게 교재 및 응시료 3만9500원을 지원하고 있다.
국사 시험은 외국인 직원도 예외 없이 봐야 한다. 올해는 본점 남성스포츠팀에서 일하는 인도인 쿠마르아지트씨와 해외사업부문 왕석씨가 시험을 봤다. 아쉽게도 두 사람 모두 떨어졌다. 왕씨는 2008년 한국사 3급 시험은 합격했지만 올해는 고배를 들어야 했다.
왕씨는 “한국사를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중국과 연관된 내용도 많아 흥미를 갖고 공부할 수 있었다”며 “이번에는 떨어졌지만 다음에는 꼭 합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려면 올바른 역사관과 국가관이 확립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것을 알아야 세계를 알 수 있다는 이철우 대표이사의 경영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때 아닌 국사 공부를 해야 하지만 직원들은 의외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사 2급 시험을 본 강남점 남성스포츠팀 나상규 팀장은 “5년 동안 러시아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지 5개월 만에 시험을 치르게 됐다”며 “너무 오랜만에 국사 공부를 한 것인데 학창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즐겁게 공부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