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가수들, 예능·오락프로서 실력 자랑… “아이돌 가수는 이렇게 못 불러”
입력 2010-09-13 17:52
국내 가요시장을 아이돌 가수들이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가창력이 뛰어난 아마추어들을 발굴해 내고 있는 TV 예능·오락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에 출연한 ‘숨은 고수’들은 절절한 감성이 담긴 노래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프로그램들이 주목을 끄는 건 아이돌 일색이어서 식상해진 주류 가요계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설명한다.
김지수, 장재인, 허각(엠넷 ‘슈퍼스타K2’) 배다해, 선우(KBS 2TV ‘남자의 자격’) ‘꽃게잡이 폴포츠’ 남현봉(SBS ‘스타킹’)…. 지난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주인공들이다. 무명에 가까웠던 이들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수보다 더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였다. 지난 달 18일 ‘남자의 자격’ 방송에서 배다해가 ‘오페라의 유령’ 중 ‘싱크 오브 미(Think of Me)’를 열창하는 동영상은 유튜브에서만 16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김지수와 장재인이 포크 버전으로 편곡한 ‘신데렐라’는 각종 웹사이트에서 동영상 조회수 1위를 기록했고, 남현봉이 부른 클래식 ‘넬라 판타지아’는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들의 음악은 장르에서부터 창법까지 최신 유행가와 거리가 있다. 프로듀서의 주문대로 정확하게 부르는 데 급급하고 빈약한 성량을 전자음으로 감추는 아이돌과 차별화된다. 장재인과 김지수가 선보인 포크식 창법을 시청자들이 ‘신선하다’고 격찬하는 이유다. 장르도 포크 클래식 팝페라 등으로 다양하다.
노준영 음악평론가는 “TV 음악 프로그램들이 10대 위주의 대중가요 일색이어서 단조롭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뛰어난 가창력을 가진 아마추어들이 부르는 클래식이나 포크 등 다른 음악을 접한 시청자들이 감동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추어 가수’들의 활약이 가요계에 던지는 의미가 크다. 인생의 우여곡절을 겪은 이들은 노래를 통해 풍부한 감성을 전달한다. 남현봉은 어머니의 질병과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수의 꿈을 접고 꽃게잡이 배를 탔다. 그런 그가 ‘넬리 판타지아’를 열창하자, 전문 뮤지컬 배우인 최정원은 “감성이 풍부하고 목소리가 성량이 좋아서 마음이 찐했다”고 극찬했다. 환풍기 설치 기술자였던 허각의 노래를 시청자들이 ‘소울 가득한 파워보컬’이라 칭하는 이유도, 그의 목소리에는 삶의 애환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김교석 문화평론가는 “요즘 가수들은 노래를 정확하게 부를 뿐 감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데다, 화려한 볼거리에나 신경 쓰면서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삶의 페이소스(애수)가 진하게 묻어나는 일반인들의 노래는 감성을 자극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