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中企 현장 가보라”… 동반성장 강력 주문

입력 2010-09-13 21:50


李대통령·대기업 총수 회동 안팎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대기업 총수 12명을 청와대에서 만났다. 대기업·중소기업 간 동반 성장을 위한 대기업들의 ‘협조’를 당부하기 위해서다. 이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만난 것은 지난 1월 15일 ‘투자·고용 확대를 위한 30대 그룹 간담회’ 이후 8개월 만이다.

이 대통령은 우선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대기업 총수들께서 정말 애 많이 쓰셨다. 일자리 지키는 데 여러분이 많이 애써 주셨다”며 노고를 치하했다. 또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에게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를 만났는데, 러시아 (현대자동차) 공장에 가신다고 하더라”며 덕담을 했고, LG그룹 구본무 회장에게는 “구 회장, 해외 많이 다니시죠”라며 친근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일자리 문제, 중소기업과의 동반 성장 문제 등에 총수들이 직접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분께 부탁할 것이 있다”며 “여기에 와 계신 총수들이 마음먹으면 그것 하나 못 하겠습니까”라고 말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대신 법과 규정을 통해 동반 성장을 강제할 생각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공정사회에 대해서도 ‘힘 있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열심히 해서 돈 버는 기업의 어떤 사람들은 자기네 때문에 잘되고 있다는 식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그런 생각은 좋은 것이 아니다. 지금 시점에서는 상대를 살피고 이해해야 하며 우리 사회가 힘 있는 사람, 가진 쪽에서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여러분이 현장에 가볼 일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동반 성장을 위해서는 현장에서의 인간적인 대화가 매우 중요하다”며 현장 방문을 주문했다. 대기업 총수들에게 협력 중소기업 현장에 가서 목소리를 들어볼 것을 권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장관들에게도 현장 방문을 여러 차례 강조한 적이 있다.

대기업 총수들은 최선을 다해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9월 말 삼성 계열사 사장들과 1, 2, 3차 협력업체 사장들이 모여 워크숍을 할 계획이며, 이 자리에서 더 좋은 협력 방안을 찾겠다”고 다짐했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기아차그룹은 협력업체들이 중견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 경쟁력을 포함해 지원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처음으로 납품업체를 직접 돌아봤다”고 현장 방문 사실을 공개한 뒤 “협력회사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룹 계열사라 생각하고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특히 “전문경영인들은 월급쟁이라 이런 일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사장단 인사고과 때 협력업체를 돕는 실적을 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중소기업에)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공동 기술을 개발하는 데 더 주력하겠다. 기존에 했던 상생 인턴십 제도가 성공하지 못했는데, 이를 좀더 효과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구본무 회장은 “LG가 추진하는 사업에 유능한 중소기업을 참여시켜 기술 파트너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민계식 회장, STX 강덕수 회장,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포스코 정준양 회장, KT 이석채 회장, GS그룹 허창수 회장, 두산그룹 박용현 회장 등도 동반 성장을 위한 각 그룹의 계획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의 추진 과제들이 일회성에 그치지 말고,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며 “대기업이 세계 시장을 뚫고 나가 경쟁에서 이기려고 노력하듯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찾고 발전시켜 나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들이 동반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들도 과거와 다른 눈으로 대기업을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