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수의 영혼의 약국(70)

입력 2010-09-13 17:01

목사란 이런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러시아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어느 날 황제가 스승에게 요청했습니다. “스승님, 제가 사는 왕궁을 방문해 주십시오. 제가 자그마한 기도 처소를 하나 신축했는데 거기 벽에 아름답고 신앙적인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스승님께서 가장 적절한 그림을 그려 주시리라 믿습니다.”

황제의 스승이 대답하길, “예, 제가 힘써보겠습니다. 그러나 그게 1년 또는 2년 또는 3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저 붓질만 할 뿐, 하늘에 계신 분께서 나를 통해서 그림을 그리시는 것입니다. 어떤 때는 잘 그려지다가도, 또 어떤 때는 영상이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저 하나의 도구일 뿐입니다.”

황제가 말하길, “예, 마음대로 하시지요. 시간은 얼마든지 걸려도 좋습니다.”

3년 후에 그림이 완성되었다지요. 그 스승은 기도처의 벽 전체를 그림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아름다운 산, 강, 시내, 그리고 샘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그가 그린 그림이 완성될 때까지는 황제 보고 들어오지 말라고 하였기 때문에 3년 동안을 황제는 밖에서 기다려야만 하였고 그 스승에게 언제나 묻곤 하였습니다. “언제나 제가 기도처에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3년이 지난 후에야 그 스승은 말했습니다. “지금 황제께서 들어가셔도 됩니다.” 황제는 조그만 기도처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황제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 기도처는 아주 작았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 그려진 그림은 아주 방대하였습니다. 마치 깊은 산중에 자신이 들어가 있는 듯했습니다. 결코 작은 기도처라곤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너무 놀란 황제가 스승에게 물었습니다.

“이게 무엇입니까?” “이 강은 무슨 강입니까?” “이 산은 무슨 산입니까?” “이 봉우리를 무엇이라 부릅니까?”

산비탈을 돌고 산을 건너 마지막 봉우리를 넘어섰을 때, 임금은 아주 아름다운 봉우리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 봉우리 뒤로 작은 오솔길이 보이자 황제는 다시 “이 작은 길은 어디로 가는 길입니까?”라고 스승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스승이 대답하기를, “사실 나도 한 번도 간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 가 보렵니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그리고는 스슥 걸어서 그림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결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림이 살아 있다는 말이지요. 스승은 자신의 전부를 부어 넣어, 자신의 전체를 드려 그 그림을 그린 것입니다. 그림은 곧 자신이고, 그 자신이 곧 그림이었던 것입니다. 그 그림 속으로 들어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곧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림 그리는 사람이 그림을 완성하면 화가는 사라지고 그림만 남습니다. 음악 하는 사람이 연주를 마치면 음악가는 사라지고 음악만 남습니다.

목사란 이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입니다.

그는 매일 같이, 또는 매 주일 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산과 들 그리고 강, 시내와 샘을 그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림 속의 그 작은 오솔길로 걸어 들어가 영원성을 갖는 사람입니다. 모름지기 목사로 살려면 이런 그림 그리기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거나, 자기도 들어갈 수 없는 오솔길을 만들어 사람들을 유혹하지 말아야 합니다. 삶으로 그림을 완성시켜야 합니다. 그리하여 내가 곧 그림이고, 그림이 나 자신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 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좇아가노라.”(빌 3:12)

<춘천 성암감리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