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인권운동가 시린 에바디 “국제사회 제재, 이란 국민을 돕는 일”

입력 2010-09-13 19:19

“한국 정부와 유엔의 이란 제재는 이란 국민을 돕는 일입니다.”

200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이란의 인권운동가 시린 에바디(63) 박사는 13일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대학원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란 정부의 핵무장이 이란 국민을 가난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에바디 박사는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는 이란 정부가 군비에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없도록 한다”며 “이란 정부의 핵무기 정책에 반대하는 많은 이란인은 유엔과 한국의 제재에 오히려 고마워한다”고 전했다.

또 남북 평화를 위한 조언과 함께 특히 이산가족 상봉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남북 관계가 천안함 사태 이후 경색됐지만 둘은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라며 “헤어진 가족은 다시 만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를 지속한다면 베를린 장벽이 갑자기 무너졌듯이 남북통일도 곧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바디 박사는 북한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북한이 보유한 많은 자원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쓰이지 않고 군대로만 흘러들어 가는 것은 불행”이라며 “이 돈으로 남한처럼 공장을 짓고 고용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로 ‘인터넷’이 거론되는 것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는 “지난해 6월 이란 대선 때 정부의 언론검열을 뚫고 이란의 실상을 외부에 알린 것이 인터넷”이라며 지지의 뜻을 표했다. 에바디 박사는 “이란 정부는 나라 안 이야기가 외국에 나갈 수 없도록 통제하고 있지만 인터넷 덕분에 이란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이 5분 안에 전 세계로 알려진다”고 말했다.

에바디 박사는 이란 민주주의와 여성의 권리신장을 위해 투쟁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이화여대 평화학연구소가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초청해 12일 입국한 에바디 박사는 14일 강원도 화천을 방문해 지역 주민과 학생을 대상으로 평화를 주제로 강연회를 가질 예정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