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교회는 무엇인가
입력 2010-09-13 19:55
(11) 초대교회
초대교회는 시련과 위기를 딛고 이제 바야흐로 새로운 역사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약체의 교회가 그 엄청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초대교회 이미지는 취약했다.
그러나 교회에는 강력한 메시지가 있었다. 예수님의 부활 사건을 눈앞에 본 사람들의 메시지가 있었다. 그들은 세계 역사가 거대한 변화를 겪는 모습을 눈으로 본 사람들이다. 역사가 바뀌는 것을 본 사람들이다. 사망을 이기는 생명의 힘, 거기 따르는 빛나는 영광, 이런 것들을 직접 본 사람들이다.
이런 생명이 넘치는 교회가 다음세대에 옮겨지면서 그 경험의 체감이 눈에 띄게 무뎌져갔다. 그들의 조직력도 산만해졌다. 그들은 죄에 시달리고 죄를 짓기도 하였다. 교회 안의 문제들과 그 약점에 시달리기도 하였다. 여러 다른 교리들의 혼란 때문에 신앙이 동요되기도 하였다. 이교 세계의 악덕과 끈질긴 악습에 시험을 당하기도 하였다. 화형과 고문의 위협에 움츠리고 떨기도 하였다.
그런데도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는 버티어 나갔다. 그들은 견디어 나갔다. 이겨 나갔다. 불길은 타고 있었다. 교회는 타도 타버리지 않았다.
그것은 그들을 이끌고 간 겨자씨만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로마제국도 만드시고 세계 나라들의 흥망성쇠를 주관하신다는 것을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교회를 만드신 이상, 세계를 그리스도에게로 인도하는 일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믿고 있었다.
그런데 묘한 일이 생긴다. 세계 역사가 바로 그 시점에서 엄청난 전환점을 맞고 있었던 것이다. 놀라운 하나님의 경륜이었다. 다니엘의 예언이 맞아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그 찬란하던 고대 세계문명이 산산이 부서지면서 사라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인간이 이룩하고 누렸던 문명으로는 아직도 향수로 되돌아보고 있는 로마 희랍의 거대한 문명이 일조에 붕괴돼가고 있었던 것이다. 만고에 영속할 것 같았던 문명의 거대한 구조가 부서져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지금껏 불확실한 처지에서 생존을 위해 혼신을 다하던 교회가 이제 다가서는 새로운 시대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콘스탄틴 대제의 눈에 그것이 보인 것이다. 기독교가 이제 고대문명을 대체할 세기의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교회는 그 사라져가는 문명의 유산을 다 폐기하지 않았다. 그 중에서 최선의 것들을 거두어들이고 있었다. 그 중에는 신성한 것도 있었지만 세속적인 것도 없지 않았다. 그리고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변화를 겪고 있는 혁명의 시대를 향해 전진해 나가고 있었다.
고대문명의 세계가 붕괴되던 날, 그 다음세대를 걸머지고 나갈 새로운 생명과 미래를 약속하는 손길은 교회 이외 어디에도 없었다. 기독교가 아니면 세계 역사는 다시 야만의 시대로 되돌아 갈 게 뻔한 것이다. 기독교가 세계를 구원한 것이다.
민경배<백석대학교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