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강제일교회 이단검증 보고서 “위법성 없다”
입력 2010-09-13 18:03
평강제일교회가 총신대 교수 19명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이 총신대 교수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지난 9일 판결에서 피고(총신대 교수들) 패소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환송 조치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교수들의) 보고서·비판서가 진실한 내용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사실들을 적시하고 원고들의 명예를 침해하는 내용을 다소 포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신앙의 본질적 내용으로서 최대한 보장받아야 할 종교적 비판의 표현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한 “피고들은 교단 가입을 추진하는 원고의 이단성 검증 차원에서 이 사건 보고서·비판서를 작성·배포한 것이므로 그 목적과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위법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교수들이 종교적 비판과 학문의 자유에 관해 법리적 오해를 했다는 원고 측 주장에 대해서는 “신학자로서 원고들의 교리에 관해 연구하여 이 사건 보고서·비판서를 작성한 후 신대원 학생들과 합동교단 총회에 배포한 행위는 학문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평강제일교회(옛 대성교회)와 총신대 교수들 사이에 소송 문제가 불거진 건 평강제일교회가 예장합동 교단에 가입하려고 하던 지난 2005년부터다. 총신대 교수들은 그해 5월, 평강제일교회 원로 박윤식 목사의 이단성을 연구하기 위한 연구위원회(연구위)를 구성했다. 연구위는 박 목사의 이단성을 알리는 연구보고를 예장합동 교단지인 ‘기독신문’에 광고 형식으로 게재했다. 그러자 평강제일교회는 곧바로 당시 김인환 총장 등 총신대 교수 19명에 대해 명예훼손에 의한 손해배상과 총신대 교수들의 연구보고서 배포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달, 예장합동 서북노회는 만장일치로 평강제일교회를 회원 교회로 받아들였다. 그러자 연구위는 그해 9월 예장합동 총회에서, ‘평강제일교회가 이단성이 없다’고 결론 내린 서북노회의 연구보고에 대해 반박하는 인쇄물을 작성, 총회에 참석한 대의원들에게 배포했다. 총회는 연구위의 보고를 총회의 공식 입장으로 채택하고 평강제일교회의 회원 허입 취소를 결의했다.
한편 도서배포금지 가처분건은 그해 9월 기각됐지만 명예훼손건은 2006년 5월 평강제일교회가 승소했다. 2008년 9월 2심 판결에서도 비록 배상금이 1심의 4000만원에 비해 3000만원으로 낮아지긴 했지만 교수들의 명예훼손이 인정됐다. 따라서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교수들의 연구·보고서가 평강제일교회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1, 2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아울러 신학교 교수들의 종교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넓게 인정했다는 의미에서 향후 비슷한 소송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