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천안함 정치싸움 이젠 끝내라
입력 2010-09-13 17:49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국방부 최종보고서가 어제 발표됐다. 북한에서 제조, 사용되는 고성능 폭약 250㎏ 규모의 음향유도 어뢰에 의한 수중 폭발이 충격파와 버블 효과를 일으켜 천안함 선체를 절단하고 침몰시켰다는 결론은 지난 5월 발표된 중간보고서와 다르지 않다. 다만 시뮬레이션 자료와 도표, 사진 등을 보완하고 장병 등의 증언 등 미공개 사실이 포함됐다. 천안함 최종보고서는 침몰된 군함의 선체를 인양하고 결정적 증거물인 어뢰추진 동력장치를 수거했을 뿐 아니라 폭약성분까지 검출한 어뢰공격에 대한 세계 최초의 보고서다. 어떤 은밀한 수중 공격도 증거가 남는다는 교훈이다. 이제 더 이상의 무의미한 정치적 논란은 접어야 한다.
합동조사단에 참여한 미국 영국 호주 스웨덴 등 4개국 조사팀장도 최종보고서의 조사 결과에 동의한다고 서명했다. 이 중 스웨덴 팀은 자신들이 참여했던 부분과 관련 있는 내용에 대해서만 동의했다. 물론 스웨덴 팀도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보고서의 핵심 내용에 동의했다. 스웨덴 팀의 자세는 거꾸로 합동조사팀이 천안함 피격 사건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조사했는지 알려준다.
그런 스웨덴 팀이 천안함 우현 프로펠러 변형을 분석한 결과 “좌초로 발생할 수 없고 프로펠러의 급작스러운 정지와 추진축의 밀림에 따른 관성력에 의해 발생될 수 있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좌초됐을 경우에는 프로펠러 날개가 파손되거나 전체에 긁힌 흔적이 있어야 하는 데 그런 손상이 없다는 것이다. 천안함 좌초설을 펴는 사람들이 유력한 증거라고 주장하는 게 프로펠러 변형이다. 전문 지식이 없음에도 갖은 추측과 낭설로 진실을 흐리려 한 정치인, 자칭 전문가, 무관한 분야의 학자들은 스웨덴 조사팀을 보고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최종보고서가 나온 날에도 민주당은 여전히 천안함 진실 뒤집기에 미련을 두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이 러시아의 천안함 보고서와 관련이라도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가 하면 국회 천안함 특위를 재가동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한국 등 5개국 전문가 73명이 92일간 조사한 내용을 조사팀 3명이 불과 일주일간 방한해 선체를 둘러보고 자료를 얻어간 러시아 조사단이 아직 발표도 하지 않은 가상의 보고서와 비교하려는 것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
특위를 정 하겠다면 어뢰 추진체에 남은 ‘1번’ 글씨가 왜 어뢰 폭발 시 고온에도 녹아 없어지지 않았느냐고 주장한 재미 학자 서재정 이승헌 교수를 출석시켜 카이스트 열역학전문가 송태호 교수와 공개토론회를 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군은 천안함 사건을 교훈으로 대민 홍보의 중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다. 군사기밀이라는 방패를 앞세워 실수를 감추거나 축소하려다 천안함의 진실이 곡해되고 반대자들로부터 공격을 받는 빌미가 됐다. 군이 과거처럼 사회적 감시에서 벗어난 성역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민간 부문의 선진 홍보기법을 배우고 홍보 전문가를 육성해 사회와 적극 소통하는 군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