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교회 꿈꾸기보다 초대교회 닮으렵니다
입력 2010-09-13 18:17
“작은 교회가 한국교회의 희망입니다.” 한국교회의 70%에 해당하는 교회들이 100명 미만의 작은 교회요, 미자립교회들이다. 게다가 한 해에 수천개의 작은 교회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어떻게 작은 교회가 희망이란 것일까. 한국작은교회살리기운동본부장 박재열(동선교회) 목사는 “중소기업이 살아 있는 나라가 흔들림 없이 경제대국을 이루는 것처럼 한국교회의 복음화율을 높이고 부흥을 이루기 위해서는 작은 교회들이 일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작은 교회가 희망이어야만 한다’는 필연성을 강조한 말이다. 패스브레이킹연구소장 김석년(서초교회) 목사도 “작은 교회에는 숨은 가치가 많다”고 단언했다. 초대교회 모습인 ‘신앙 공동체의 원형’에 가깝고 개혁지향적인 목회를 할 수 있으며 틈새 전도전략으로 지역사회 복음화의 첨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목회는 작은 교회, 대형 교회 그 자체가 비전이 될 수 없다.
교회가 작든, 크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로 세워졌으면 길은 하나뿐이다. “양을 먹이라”(요 21:17)
경기도 고양시 주엽동 행복한제자교회(이우열 목사)는 전 성도가 ‘영적 가족’을 이룬 작은 공동체이다. 2007년 11월 25일 이 목사의 가정에서 교회를 개척한 뒤 출석 성도가 20명쯤 됐을 때 일산의 한 합창단 연습실을 빌려 예배를 드렸다. 임대료가 나가지 않으니 이 목사와 성도들은 지역을 구제하는 데 앞장섰다.
개척 2년 만에 지금의 상가건물 5층으로 예배당을 확장, 이전했다. 한쪽 벽면엔 합창단 연습실에 걸어두었던 플래카드가 그대로 걸려 있다. “교회는 건물이 아닙니다. 교회는 예수님입니다. 교회는 예수님의 사람들입니다.” 바로 ‘예수님의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자 교회는 ‘성장’했다.
이 목사는 성도들과 눈을 마주보며 삶을 이야기했다. 양육과 제자훈련에 힘썼다. 누군가 인생의 문제를 내어놓으면 전 교인이 기도의 동역자가 됐다. 행복한제자교회 성도들은 그렇게 하나님 안에서 한 가족을 이뤘다. 이 목사는 “담임목사와 성도들 간에 전인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야말로 큰 교회가 작은 교회를 흉내 낼 수 없는 장점”이라고 했다.
개척한 지 만 3년이 되어가는 행복한제자교회는 어린이(25명) 청소년(9명)을 포함해 현재 등록성도가 125명이다. 올해만 20명이 등록했다. 작은 교회를 담임하는 이 목사의 비전은 무엇일까.
“건물 없이 세워지는 초대교회의 모습을 재현할 것입니다. 성령으로 세워지는 초대교회의 영광을 회복할 것입니다. 상가로 예배당을 확장했으니 섬김의 사역도 넓히겠습니다. 저희 교회가 소유한 ‘넓은’ 예배 장소를 지역사회, 타 문화권 공동체에 제공하겠습니다.”
전남 신안군 증도면 섬 마을에 위치한 소악교회 김은미 목사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성도가 늘었다며 연방 미소 지었다. 세 개의 섬에 거주하는 총 10여 가구 주민을 대상으로 목회하는 김 목사. 유치부부터 8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20여명이 예배에 나온다고 했다. 출석성도 20명. 과연 웃을 일인가.
김 목사는 새벽 3시55분 성도들과 예배를 드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새벽예배는 드리지 않을 것 같았는데, 김 목사는 “우리 섬에 계신 분들은 육지나 도시에서 이해할 수 없는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새벽에 바닷물이 길을 다 덮어도 그 바닷물을 헤치고 걸어서 교회에 나온다. 육지에 나가 있을 때도 주일이면 반드시 배를 타고 들어와 예배를 드릴 정도다.
사실 김 목사는 굳이 섬이 아니어도 됐다. 2002년 남편인 김수열 전도사를 따라 소악교회에 처음 왔고, 남편을 도와 사모로서 섬을 다니며 주님을 전했다. 그러다 2004년 3월 남편이 급성림프백혈병으로 1년여간 투병하다 먼저 하늘나라로 떠났다. 김 목사는 남편이 없는 자리에서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랐고, 섬을 떠나려고 했다. 그때 그를 붙잡은 이들이 바로 섬 주민들이었다. 남편의 뒤를 이어 신학을 공부하고 목회자가 됐다. 섬 주민으로 동고동락하는 김 목사는 교회 앞 텃밭에서 배추나 무, 상추 등을 심어 주민들과 나눌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전했다.
외형적으로 보면 소악교회는 가장 외진 곳에 볼품없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김 목사는 연방 행복하다고 한다. “그야말로 섬 교회는 한 생명을 위해 존재하는 곳입니다. 마을 주민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기도하는 그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 줄 아세요? 큰 교회 목사님은 상상도 못하는 일일 겁니다.”(웃음)
작은 교회를 담임하는 목회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한 책 ‘배부르리라’를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버리면 채워진다는 ‘역설의 행복’이다. 크게 부흥하지는 못하더라도 행복한 목회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한결같이 강조한다. 또 지역밀착형 목회를 하라고 조언한다. 더불어 전남 고흥 매곡교회 정도성 목사의 충고는 가슴에 새겨볼 말이다. 30년 넘게 교회를 지켜온 정 목사는 지역이 콩 재배로 유명하다는 것에 착안해 메주와 된장을 만들어 지역사회를 살렸다. 정 목사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매곡교회는 믿지 않는 지역 주민들까지 사랑하는 마을의 구심점이요, 희망이 됐다. 작은 교회 정 목사는 또 다른 작은 교회들에 ‘길’을 만들자고 외쳤다.
“사실 한국의 작은 교회 앞에는 길이 없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작은 교회들이 편하게 가는 길을 찾으려고 하면 결코 찾을 수 없을 겁니다. 길은 만드는 겁니다. 예수님은 길을 만드신 분입니다. 만들어진 길을 걸어가는 게 아니라 새 길을 만드는 겁니다. 물론 결심하기까지 힘듭니다. 그러나 새 길을 만들어냈다는 달콤함은 그 열매를 따 먹은 사람이 아니면 경험하기 힘듭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