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항생제 내성 해결 못하면 페니실린 발견 前으로 돌아갈 것” 송재훈 교수 경고
입력 2010-09-13 21:15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인류는 1940년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 발견 이전으로 되돌아갈 것입니다. 항생제 내성은 이제 신종플루 같은 전염병으로 봐야 합니다.”
항생제내성감시아시안연합(ANSORP) 이사장을 맡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송재훈(사진) 교수는 13일 “항생제 내성은 신종플루나 에이즈 같은 어떤 단일 질환보다 인류에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면서 “전세계가 국가 공중보건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하며, 국가간 공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항생제 내성문제를 다루기 위해 1996년 아시아 12개국 130개 병원이 참여하는 ANSORP와 99년 아시아태평양감염재단(APFID) 설립을 주도한 감염병 분야 국제적 선도자다. 97년부터 2년에 한번씩 감염질환 및 항생제 내성에 대한 국제심포지엄(ISAAR)도 주최하고 있다.
송 교수는 최근 인도와 일본 등에서 문제된 항생제 내성균 출현과 관련 “아시아는 항생제 오남용률이 높고, 병원 감염 관리나 보건 인프라가 미흡한 탓에 전세계에서 항생제 내성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만큼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다제내성균’이나 어떠한 항생제로도 치료되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의 출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세계 인구의 60%가 살고 있어 한번 출현하면 급속도로 퍼질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일부 동남아 국가들에는 항생제 성분 함량이 적은 ‘짝퉁 항생제’가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는데, 그런 가짜 약들은 감염 치료는 못하고 세균으로 하여금 내성을 갖게 하는 역할만 한다”고 지적했다.
항생제 내성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송 교수는 “항생제를 올바로 사용해 내성균 출현을 최대한 억제하고 철저한 감염 관리로 일단 등장한 내성균의 전파 확산을 막고 그 사이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는 길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화학물질인 항생제 개발은 쉽지 않다. “지난 25∼30년간 세균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내성을 만들어냈지만 그에 대응할 새로운 항생제 개발은 단 3종류에 불과해요. 새로운 타깃과 작용 기전을 가진 항생제를 개발할 쯤이면 또 다시 내성균이 출현하기 때문입니다.”
송 교수는 큰 제약사들이 항생제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장 규모가 연 5조∼6조원인 심혈관계 치료제에 비해 항생제는 아무리 큰 약이라도 1조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란 것. 미국감염학회는 최근 의회에 “2020년까지 최소 10개 이상의 새 항생제를 개발하지 않으면 세균 감염과 싸울 수 없으며 심각한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송 교수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I CARE(Initiatives to Antimicrobial Resistance)’로 명명된 항생제 내성 관리를 위한 국제 이니셔티브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항생제 내성 인식도를 높일 캠페인을 펼치겠다는 취지다.
민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