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최종 조사결과] ‘1번’ 글씨 잉크 출처확인도 못해
입력 2010-09-13 21:44
국방부가 13일 공개한 천안함 합동조사 결과 보고서는 지난 5월 20일 민·군 합동조사단 발표 이후 116일간에 걸쳐 보완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우선 합조단은 결정적 증거로 제시한 어뢰추진체에서 천안함 선체와 연돌, 사고해역 해저 등에서 발견된 폭약성분을 검출하지 못했다.
합조단은 선체를 비롯해 100여곳에서 폭약성분을 찾아냈고, 이 중 36곳에서 성분분석이 가능한 분량을 검출했다. 폭약에는 일반 폭발물에 쓰이는 TNT와 어뢰, 기뢰 등 고성능 폭발물에 주로 사용되는 HMX(High Melting Point Explosive·무색 결정체 폭약성분), RDX(Research Department Explosive·무색 비결정체 폭약성분)가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어뢰추진체에서는 이 성분이 발견되지 않았다. 합조단 관계자는 “강력한 폭발력으로 어뢰추진체에 화약성분이 미처 흡착되지 않았을 수 있다”며 “있다 하더라도 워낙 미량이어서 현재 우리 능력으로는 검출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또 어뢰추진체에 있는 ‘1번’(사진)이란 글자에 쓰인 청색 잉크의 출처를 밝히는 데도 실패했다. 잉크 주성분은 ‘솔벤트 블루 5’로 밝혀졌지만 이는 국내 업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비교분석할 수 있는 북한산 잉크 시료도 확보하지 못했다.
어뢰추진체가 북한산 ‘CHT-02D’임을 입증하는 북한 어뢰 카탈로그도 공개되지 않았다. 합조단 관계자는 “카탈로그 입수 경위가 밝혀질 수 있어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어뢰추진체 부식 정도와 관련된 의혹도 풀리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어뢰추진체가 천안함을 침몰시킨 것으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부식이 많이 진행됐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합조단에 참여했던 4개국 중 스웨덴이 보고서에 제한적인 동의 의사를 밝힌 것도 논란거리다. 미국 영국 호주의 3개국 조사팀장은 보고서의 결과(finding)와 결론(conclusions)에 동의한다고 자필 서명했다. 그러나 스웨덴은 자신들이 참여한 부분과 관련 있는(relevant to the swedish team’s participation) 내용에만 동의한다고 밝혔다. 스웨덴 조사팀은 천안함 피격을 북한 소행으로 결론을 내린 합조단의 ‘연합정보 태스크포스’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합조단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보도돼 온 러시아 조사단의 조사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점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합조단 관계자는 “러시아 측이 결과를 보내오지 않았다”며 “우리도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