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강제일교회, 총신대 교수들 상대 소송서 대법원 패소
입력 2010-09-13 16:13
[미션라이프] 평강제일교회(유종훈 담임목사, 박윤식 원로목사)가 총신대 교수들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이 총신대 교수들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지난 9일 판결에서 “원심판결 중 피고(총신대 교수)들 패소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며 “원고(평강제일교회)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교수들의) 보고서·비판서에서 진실한 내용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사실들을 적시하고 원고들의 명예를 침해하는 내용을 다소 포함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신앙의 본질적 내용으로서 최대한 보장받아야 할 종교적 비판의 표현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한 “피고들은 교단 가입을 추진하는 원고들의 이단성 검증의 목적에서 이 사건 보고서·비판서를 작성·배포한 것이므로 그 목적과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위법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교수들이 종교적 비판과 학문의 자유에 관해 법리적 오해를 했다는 원고측 주장에 대해서는 “신학자로서 원고들의 교리에 관해 연구하여 이 사건 보고서·비판서를 작성한 후 신대원 학생들과 합동교단 총회에 배포한 행위는 학문의 자유 및 교수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번 판결은 교수들의 연구·보고서가 평강제일교회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던 서울고법의 선고를 뒤집은 것이다. 서울고법은 2008년 9월, 원고 박윤식 및 원고 교회 소속 목사가 행하고 있던 설교 내용 등의 자료를 제대로 참조하지 않은 채 원고들이 이단임을 단정하는 내용의 광고를 불특정 다수가 구독하는 ‘기독신문’에 게재한 점, 광고를 통해 원고들이 이단이라고 공개적으로 알린 점, 박윤식 원로목사의 최근 설교 내용만 참조한 점, 신문의 광고물은 전파력이 높아 명예훼손의 정도가 중하다는 점 등을 들어 총신대 교수들의 연구·보고서 배포 행위는 헌법이 허용한 종교 비판의 자유를 넘는 위법행위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 같은 원심에 대해 대법원은 이미 합동교단 내에 박윤식의 이단성에 관한 검토자료가 상당히 축적돼 있었던 점 등을 들어 피고들이 제대로 연구·검토를 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이 사건 광고를 게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들은 원고들의 설교, 발표문, 그 밖의 여러 논문들을 충분히 참조한 것으로 보이고, 교단 내에서 이단성 검증 절차가 진행된다는 사정만으로 종전에 허용되던 종교 비판의 자유의 한계가 갑자기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예장합동 교단지인 ‘기독신문’에 대해서는 “기독신문의 99% 이상이 교단 내에 배포되므로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이 구독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평강제일교회(구 대성교회)와 총신대 교수들 사이에 소송 문제가 불거진 건 평강제일교회가 예장합동 교단에 가입하려고 하던 지난 2005년부터다. 대법원은 “원고들은 2002년경부터 합동교단 가입을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합동교단 서북노회에 이런 의사를 알렸고, 서북노회측은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며 “2005년 초부터 원고 교회의 합동교단 가입 추진 소식이 알려지자 합동 교단 내에서 찬반논쟁이 활발하게 벌어졌다”고 배경설명을 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교계 내 평강제일교회의 이단성 논란을 판결문에 상세히 명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1994년 평강제일교회(당시 대성교회)의 운전기사가 원고 박윤식의 이단성을 문제삼은 탁명환을 살해했다. 1991년 예장통합 총회는 “박윤식의 기독론, 타락론, 계시관, 창조론 등을 들어 이단성이 명백해졌다”는 내용의 박윤식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채택했다. 예장합동 총회도 1997년 평강제일교회를 한국의 대표적인 이단 교파 중의 하나로 명시했다.
총신대 신대원 교수회는 2005년 5월, 박윤식의 이단성을 연구하기 위한 연구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그 다음달, 박윤식의 이단성을 알리는 연구보고를 예장합동 교단지인 ‘기독신문’에 광고로 게재했다. 그러자 평강제일교회는 유종훈 담임목사와 박윤식 원로목사 명의로 당시 김인환 총장 등 총신대 교수 19명에 대해 명예훼손에 의한 손해배상과 총신대 교수들의 연구보고서 배포금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같은달, 예장합동 서북노회는 만장일치로 평강제일교회를 회원 교회로 받아들였다. 연구위는 그해 9월 예장합동 총회에서, ‘평강제일교회가 이단성이 없다’고 결론 내린 서북노회의 연구보고에 대해 반박하는 인쇄물을 작성해 총회에 참석한 대의원들에게 배포했다. 총회는 연구위의 보고를 총회의 공식 입장으로 채택하고 평강제일교회의 회원 허입 취소를 결의했다.
한편, 도서배포금지가처분은 그 해 9월 기각됐다. 하지만 명예훼손건은 2006년 5월, 교수들이 패소했다. 교수들이 평강제일교회에 4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었다. 2008년 9월, 2심 판결에서도 비록 배상금이 3000만원으로 낮아지긴 했지만 원고인 평강제일교회가 역시 승소했다.
평강제일교회는 “박윤식 목사는 이단”이란 내용의 총신대 박용규 교수의 채플 설교를 문제 삼아 박 교수에 대해서도 명예훼손과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2008년 10월, 대법원은 박 교수의 무죄를 선고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