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수민 (10) 지난 4일 정년퇴임 명예교수로 추대
입력 2010-09-13 17:41
2010년을 맞으면서 무엇인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었다. 평소 제자들과 등산을 가끔 갔지만 서울 주변의 작은 산을 오르는 정도였다. 사실 그것도 남들보다 몇 배나 힘들고 함께 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남한에서 가장 높다는 제주도 한라산 정상에 도전해 보자는 것이었다. 체력관리와 걷기운동을 꾸준히 해온 나는 드디어 4월 16일 아내와 함께 한라산 등반에 나섰다. 비장애인도 4시간 정도 걸리는데 나는 7시간 만에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백록담 앞에 서 있자니 또 한 가지를 이루어 냈다는 기쁨과 감격이 가슴깊이 차고 올라왔다.
많은 사람들이 도전도 하지 않은 채 ‘나는 이래서 안 된다’고 스스로를 구속한다. 자기최면을 걸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 창조된 인간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엄청난 능력을 가진 피조물이다. 도전하고 대들면 할 수 없는 것보다 이루어 낼 수 있는 것이 더 많다. 집념 앞에는 그 어떤 어려움도 부서져 내리게 된다.
지난 4일, 대전 한남대 공대에 있는 국제회의실에서는 참 기쁘고 감사한 행사가 열렸다. 내가 39년간의 교수생활을 끝내는 정년퇴임예배를 드렸기 때문이다. 여러 선후배와 동료, 제자들이 참석해 격려해 주었고 오랫동안 신앙지도를 해주신 여러 목사님들도 참석해 설교와 기도를 해 주셨다.
특히 이날은 부족한 나의 삶을 간증 형식으로 기록한 ‘참으로 너를 도우리라’란 책을 발간해 출판기념회도 겸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이 책은 백수복 목사님의 도움을 받아 류재하 목사님이 집필을 맡아 주셨는데 나의 부족한 삶을 너무 자랑한 것 같아 여전히 부끄럽다.
정년퇴임은 해도 나는 명예교수로 학생들을 계속 더 가르치게 된다. 학생들과도 계속 만날 수 있어 무엇보다 좋다. 나는 이날 정년퇴임식을 하며 3가지를 결심했다. 내 도움이나 조언이 필요한 제자들을 더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눈다는 것과 교회봉사를 더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올해 65세인 나는 장로은퇴가 70세이므로 5년이 남았다. 이 5년간 선임 장로로 모범을 보이며 내가 맡고 있는 새가족 교육에 신경을 더 쓸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2006년 설립된 한남장학회 이사장을 맡았기에 장학금 모금운동에 발 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현재 4억원 정도 기금이 있는데 최소 10억원의 기금은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내 삶을 크게 나누어 보면 세 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출생해 18세 때 부흥회를 통해 중생을 경험하기 전까지의 평범한 삶이다. 2단계는 주님을 만나 삶의 의미를 깨닫고 박사 학위를 받아 장로가 되는 등 인생의 성공과 기쁨, 영광을 일시에 누리던 황금기이다. 3단계는 37세에 실명을 하고 지금까지 지내온 기간이다. 죽음을 행동으로 옮기기 직전에 주신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분연히 일어나 지금까지 초인적인 삶을 살았던 시기다.
그런데 이 세 단계의 삶을 회고하면 나는 3단계의 삶, 즉 실명해서 지내온 지금까지의 삶이 가장 행복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의아하게 여길지 모르지만 진심이다. 나는 1, 2단계의 삶에서 보지 못한 것을 보고, 듣지 못한 것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항상 나와 함께 계신다는 사실을 늘 피부로 느끼기에 난 행복하다. 예전엔 알지 못했던 삶의 통찰력도 얻을 수 있었고 영원한 하늘나라, 신령한 세계를 바라보며 소망을 갖고 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산책을 하며 하나님이 내게 주신 많은 선물 중에서 가장 귀한 것이 무엇인가를 하나 둘 기억해 보기 시작했다. 이 첫 자리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사람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내 아내 김군자 권사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