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123승, 부상·시련 이긴 ‘오뚜기 피칭’… 1승만 더하면 전설이 된다
입력 2010-09-13 18:42
박찬호(37·피츠버그 파이리츠)가 일본인 노모 히데오(은퇴)가 보유중인 아시아선수 메이저리그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박찬호는 13일(한국시간)는 신시내티 레즈와 원정경기에서 0-1로 뒤진 8회 마운드에 올라 볼넷 1개만 허용하고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팀이 9회 짜릿한 역전극을 펼쳐 3대 1로 이기면서 박찬호는 시즌 3승, 개인통산 123승(97패)째를 챙겼다.
1994년 LA 다저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박찬호는 올해까지 17시즌 동안 467경기(선발 287경기)에 등판 끝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시련 끝에 이룬 영광=박찬호의 영광 뒤에는 부상과 재기에 몸부림친 힘겨웠던 시절이 있었다. LA 다저스에서 텍사스, 샌디에이고, 뉴욕 메츠, 필라델피아, 뉴욕 양키스에 이어 피츠버그로 둥지를 옮겨가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쳤다. 그는 다저스 시절 초반 2년여 동안 마이너리그를 전전했고 5년간 6500만달러의 FA 대박을 터뜨리며 텍사스로 이적한 후 허리 통증 여파로 3년 동안 14승에 그쳐 ‘먹튀’라는 비난을 받았다. 또 2006년 샌디에이고에 몸담을 때 장출혈로 한동안 마운드에 서지 못했고 뒤쪽 허벅지 근육인 햄스트링이 좋지 않아 수차례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뉴욕 메츠로 옮긴 2007년에는 한 경기에 등판해 패전 투수가 된 것이 성적의 전부였고, 친정팀 다저스로 돌아간 2008년에는 4승을 올리는 데 그쳤다. 이듬해 필라델피아에서도 선발진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중간 계투로 주로 나서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올해 첫 우승의 꿈을 좇아 뉴욕 양키스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었지만 부상이 겹치면서 피츠버그로 옮겨야 했다. 박찬호는 최근 8경기 연속 무자책점 행진을 벌이는 등 다시 안정을 회복했고 결국 대기록을 달성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이날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123…’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어려움과 고통도 다 내가 만들어놓은 기준에 의해 느껴지는 착각일 뿐이다. 계속 삶이 유지되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성숙해가는 영혼을 볼 수 있다면 제대로 사는 것”이라면서 “늘 함께 해주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라고 썼다.
◇힘 닿는 한 계속 던진다=박찬호의 야구인생 롤 모델은 지난해 함께 뛰었던 메이저리그 최고령 투수 제이미 모이어(48·필라델피아 필리스)다. 그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선수와 팬들에게 존경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47세가 되도록 야구를 할 수 있는 모이어의 철학을 배운다”고 말했다. 모이어는 1986년에 시카고 컵스에 입단, 267승을 올렸으며 30대 후반부터 전성기를 누린 선수다. 박찬호에게 마지막 남은 꿈은 모이어처럼 40대에도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