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피플] ‘알페온’ 디자인 총괄 김태완 GM대우 부사장
입력 2010-09-12 18:18
‘알페온, 지구를 달린다!’
요즘 인천 청천동 GM대우 부평 본사는 온통 알페온의 양산을 축하하는 플래카드들로 가득하다. GM대우 최초 준대형 세단인 만큼 임직원들의 기대감이 남다르다는 얘기다.
지난 7일 국내에 출시된 알페온 3.0은 북미와 중국에서 인기를 모은 뷰익의 세단 라크로스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뷰익은 미국 GM의 럭셔리 브랜드다. 3.0ℓ 직분사 V6엔진을 단 ‘월드클래스 럭셔리 세단’이어서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와 그랜저, 기아자동차 K7의 고급형 모델이 경쟁차종이라는 게 GM대우 측 설명이다. 현재 공식 계약대수는 1000여대지만, 사전 등록한 7000명가량의 잠재고객도 차량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알페온 디자인을 총괄한 김태완(50) 부사장을 지난 9일 부평 본사 디자인센터에서 만났다. 악수를 나누던 그의 표정에는 알페온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했다.
김 부사장은 먼저 “다른 준대형 차량들과 달리, 해외에서 검증된 뷰익의 역동적인 디자인 유산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그러고는 즉석에서 종이와 펜을 꺼내들고 그림을 그려 보였다. “대부분 차량 옆모습은 중절모 같은 실루엣을 갖고 있지만, 알페온에는 물 흐르듯 부드러운 곡선이 적용돼 있어요. 준대형이면서도 쿠페 같은, 한눈에 보기에도 더 모던한 느낌이라고 할 수 있죠.”
내·외관에는 럭셔리 세단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감성을 적극 반영했다. 그릴은 흘러내리는 듯한 폭포를 형상화해 고급스런 느낌을 줬고, 센터페시아 및 콘솔 부분에는 국내 최초 ‘피아노 블랙’ 광택 재질을 장착했다.
김 부사장은 특히 도어부터 대시보드까지 이어지는 선이 운전자를 감싸는 듯 편안한 느낌을 주도록 디자인했다고 강조했다. 또 운전석에는 비행기 조종석과 비슷한 듀얼 콕핏 형태를 적용했고, 실내 무드램프엔 은은한 푸른빛을 채택했다. 조용하기로 소문난 도요타 렉서스(42.5㏈(데시벨))보다 소음도가 41㏈로 더 낮아 도서관(40㏈) 수준의 정숙함을 확보했다는 것도 자랑거리다.
한국에 맞는 럭셔리 세단을 내놓기 위해 2007년부터 김 부사장은 국내 소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데 공을 들였다. 하지만 미국 GM 본사의 의견은 달랐다. 렉서스 벤치마킹에 주력했던 것. 이 때문에 올 1월에는 미국 디트로이트 GM 디자인센터로 날아가 새벽 5시부터 설득작업을 벌였다. 결국 GM대우 측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그는 “국내 소비자들의 고급화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라며 “알페온은 기존 준대형차의 개념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열정은 세계 11개 GM 디자인 스튜디오 중 유일한 글로벌 차량 개발 스튜디오인 GM대우 디자인센터를 총괄한다는 자부심에서 나온다. 오는 30일 파리모터쇼에서 공개되는 차세대 글로벌 소형차 ‘시보레 아베오’(국내명 젠트라) 새 모델은 물론, 국내외에서 주목받은 시보레 크루즈(라세티 프리미어)나 시보레 스파크(마티즈 크리에이티브) 등도 모두 이곳에서 개발을 주도했다.
김 부사장은 “GM대우가 디자인한 자동차는 세계 150여 개국에서 판매된다”면서 “앞으로는 1960년대를 풍미했던 시보레의 진보적인 디자인을 적극 반영, 유럽 등 세계시장에서 젊은층을 적극 공략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GM대우 차량에는 항상 남들이 시도해 보지 않은 디자인이 적용돼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자신했다.
어릴 때부터 수업시간이면 항상 자동차를 그렸고, 초등학교 5학년 때 운전을 배웠다는 그에게 있어 자동차 디자인은 즐거움 그 자체다.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작업을 할 때는 2주 동안 갈아입을 옷을 모두 싸갖고 와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하기도 했다.
90년 영국 왕립예술대학에서 자동차 디자인 석사학위를 따고 영국 디자인회사에서 일하다 95년 대우자동차에 합류해 매그너스, 라세티, 칼로스, 마티즈 등의 디자인을 주도했다. 2000년에는 이탈리아 피아트에서 친퀘첸토 등의 디자인을 담당했다. 또 2006년 GM대우 외관 디자인 담당 임원, 2007년 디자인센터 총괄 임원을 거쳐 2008년 6월 디자인센터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