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北 “이산상봉” 제의에 정부 “정례화” 추진… 남북경색 풀리나

입력 2010-09-12 18:34


북한이 추석맞이 남북 이산가족상봉 행사 개최와 이를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전격 제안하면서, 지난 3월 천안함 사태 이후 꽉 막혔던 남북관계에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계기로 대규모 대북 쌀 지원과 6자회담 재개 등 경색된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이산가족상봉 제안을 즉각 환영했다. 정부는 적십자 실무접촉 날짜 등을 정해 이번 주 초 북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이산가족상봉 정례화를 요구할 방침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2일 “상봉이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이산가족 문제가 언제 해결될지 알 수 없다”며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상봉 정례화를 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북측이 역제의한 대북 수해지원과 관련한 대북 통지문도 주초에 보낼 것”이라며 “당초 우리 측이 제안한 100억원 내에서 긴급 구호품과 북측이 요구한 물품 중 중장비를 제외한 쌀, 시멘트가 일정량 지원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산가족상봉 정례화를 들고 나온 것은 70세 이상 이산가족이 77.2%에 달한다는 현실적 문제와 함께 북측의 진정성을 확인해보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이산가족상봉을 시작으로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풀겠다는 것인지, 단순히 수해와 식량난을 타개하기 위한 일시적 도구로 활용하려는 것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측은 실무접촉 과정에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대규모 쌀 지원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북측의 이산가족상봉 제안은 쌀 지원 요구를 넘어 본격적인 대남평화공세를 의미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국제 제재에서 벗어나 6자회담 재개로 방향을 틀기 위해서는 천안함 사태로 꼬인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국제사회를 향해 자신들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행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대규모 식량지원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이끌어내고, 대북 적개심을 풀어보자는 다목적 포석”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적십자사 실무접촉을 통한 이산가족상봉 문제의 진일보, 추가적인 대북 쌀 지원 및 당국간 대화 재개 등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편 일본 아시히 신문은 이날 우리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지난 8월 개성에서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비밀리에 접촉했다고 보도했으나,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