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銀, 이희건 명예회장 자문료 공금으로 썼다” 전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 증언

입력 2010-09-12 18:20


신한금융지주 사태가 그룹 내부 비리로 비화되고 있다.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의 자문료 15억6000여만원 가운데 일부를 은행이 공금으로 사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사실상 자금을 장부 외 용도로 사용한 것(부외자금)이어서 위법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신상훈 사장과 함께 근무했던 전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12일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이 회장의 자문료 가운데 일부를 암묵적으로 은행이 공금으로 사용해왔다”면서 “행장 독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은행이 이제 와서 신 사장에게 덮어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은행이 이 회장 자문료를 지급하기 시작한 건 신 사장이 행장으로 취임하기 전인 2001년쯤부터다. 2003년 신 사장이 행장으로 취임한 이후 회계에 편입키로 하면서 비서실 임직원 명의의 통장을 사용해왔다. 은행 측이 이 통장에 돈을 입금하면 이 회장 측이 이를 인출해가는 방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2004년 한모 은행 비서실장이 사망하면서 불거졌다. 은행 측이 자문료 일부를 한씨에게 지원하는 등 이때부터 다른 용도로 전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은 지난 2일 신 사장이 자문료를 횡령했다며 고소했지만 실제로는 은행 공금으로 사용됐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원로 주주 등에게는 인사차 관례적으로 현금을 드리기도 했다. 그런데 (은행이) 갑자기 현금 인출 내역을 내밀며 신 사장이 이 돈을 가로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은행 측은 즉각 반박했다. 은행 관계자는 “2001년과 2004년엔 정식 계약을 하고 이 회장 명의의 통장에 자문료를 입금했다”면서 “그러나 2005년 이후 새로 만들어진 통장에는 급하게 판 ‘막도장’이 찍혀 있고, 이후 현금 인출 후 통장을 없애는 등 이상한 흐름이 많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 경우 자금 용처에 따라 탈세는 물론 횡령 등 각종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 또 자문료 지급방식과 관련해 전직 행장들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논란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신 사장의 950억원 부당대출 당시 취급지점장이었던 박모씨가 명예퇴직 9개월여 만에 단장급으로 다시 영입된 사실도 드러났다. 은행 측은 “당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일선으로 부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신 사장 측은 “은행이 그를 회유하기 위해 불러들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씨는 은행 제의를 수차례 고사하다 지난 9일 취임했다.

이에 따라 라응찬 회장과 이백순 행장, 신 사장 모두 상처를 입게 돼 이사회 이후에도 후폭풍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이사회에서 세 사람 모두 이번 고소 혐의와 관련한 이해당사자인 만큼 2선으로 후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은행 경영이 공백상태에 놓이게 돼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신 사장 측 관계자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신 사장과 함께 이해관계자인 라 회장·이 행장의 의결권도 배제하지 않는다면 이사회 결의 무효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강준구 이용상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