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D램 값 바닥 모를 추락… 업계 ‘비상’

입력 2010-09-12 18:44


LCD와 D램 가격의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LCD로 만드는 TV, D램이 들어가는 PC의 수요가 계속 부진하기 때문이다. 이 분야 글로벌 선두주자인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반도체에 비상이 걸렸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뱅크는 TV용 LCD 패널 가격이 6개월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42인치 TV용 패널의 경우 지난 3월 340달러에서 4월 335달러로 꺾인 이후 매달 5∼15달러씩 떨어져 이달엔 290달러로 주저앉았다. 모니터와 노트북용 패널 가격도 지난달에 비해 5∼13% 떨어졌다. 신학기와 중국 국경절(10월 1∼7일 연휴) 특수 등 수요 상승 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락세가 지속된 것. 디스플레이뱅크에 따르면 모니터와 노트북용 패널 가격은 이미 제조원가에 근접했고 TV용 패널도 현 추세대로라면 연말쯤 제조원가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D램 가격도 5월 이후 줄곧 내림세다.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주력제품인 DDR3 1기가비트(Gb) 1066㎒의 고정거래가격은 5월 2.72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 떨어져 지난달 하반기엔 2.34달러를 기록했다.

LCD와 D램 가격 하락은 유럽 금융위기 등으로 세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TV, PC 등 완제품 시장이 위축된 데 따른 현상이다. PC의 경우 올해 상반기 수요는 지난해 동기 대비 20% 이상 늘었으나 하반기 증가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까지 LCD와 D램 부문에서 큰 이익을 냈던 국내 업체들은 가격 하락으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LCD 세계 2위 LG디스플레이는 3분기부터 감산을 시작해 90% 초반대 공장가동률을 기록 중이다. 4분기에도 감산할지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20% 안팎으로 생산량을 줄이고 있는 대만 업체들보다는 나은 상황이다.

LCD와 D램 모두 1위인 삼성전자는 비교적 느긋한 입장이다.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반도체는 4년, LCD는 2년 주기 비즈니스 사이클을 감안해 사업계획을 세운다”면서 “최근의 가격 하락은 충분히 예상했던 수준으로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사장도 “서버와 모바일 D램 등은 수요가 좋기 때문에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이닉스도 아직 수요가 견고한 서버, 그래픽, 모바일용 D램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