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春, 집중호우 夏, 늦어지는 秋, 짧아지는 冬… ‘뚜렷한 사계절’ 사라졌다
입력 2010-09-12 18:47
한반도의 사계절이 달라지고 있다. 여름은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진다. 일조시간은 매년 줄고 있다. 이는 지구온난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상했던 봄·여름…줄어든 일조시간=12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4월의 전국 평균기온은 9.9도였다. 전국 평균기온 통계가 있는 1973년 이후 최저치다. 월평균 최고기온(15.4도)과 최저기온(4.5도)도 역대 최저였다. 하지만 여름에는 불볕더위가 이어졌다. 열대야 일수는 12.4일로 평년(5.4일)보다 배 이상이었다. 집중호우도 잇따랐다. 8월 1일∼9월 12일 서울의 강수량은 951.7㎜였다. 연간 강수량 평년치 1344㎜의 4분의 3가량이 40여일 사이에 집중됐다. 같은기간 서울의 강수일수는 32일로 관측 이래 가장 많았다. 두번째로 많은 해는 1936년으로 31일이었다.
이상기후는 이뿐이 아니다. 1∼8월 일조시간은 73년 이래 역대 세 번째로 적은 1290.4시간이었다. 일조시간 감소는 올해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10년 단위로 분석한 전국 평균 일조시간(1∼8월)은 73∼80년이 1548.9시간이었지만 이후 1527.5시간(81∼90년), 1475.7시간(91∼2000년), 1388.1시간(2001∼2010년)으로 줄었다.
◇늦은 가을과 짧은 겨울=가을과 겨울 날씨도 변하고 있다. 가을은 점차 늦어지고 겨울은 짧아진다. 국립기상연구소는 가을의 기준을 일평균 기온이 5∼20도일 때로 규정한다. 1910년대에는 9월 12일쯤부터 기온이 20도 이하로 내려갔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0월 초순부터였다. 기상청은 올해 평균기온이 20도 아래를 유지하는 가을은 다음달 초순부터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겨울은 갈수록 짧아지는 추세다. 기상청은 2040년이 되면 1990년보다 여름은 9일 늘어나고 겨울은 8일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백희정 기상연구소 연구관은 “100년 전과 비교하면 봄·가을의 길이는 그대로지만 여름은 한 달 정도 늘었고 겨울은 한 달 줄었다”고 말했다.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계절의 변화’라는 연구 자료에서 2090년 여름은 서울의 경우 10월 15일쯤, 부산은 16일쯤까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구온난화가 이유=특이했던 봄·여름 날씨와 줄어드는 일조시간, 늦은 가을, 짧은 겨울의 원인은 지구온난화 때문으로 파악된다. 봄 날씨가 서늘했던 이유는 온난화로 열대 태평양의 수온이 높아진 ‘엘니뇨’ 영향이 컸다. 수온 상승으로 시베리아의 얼음이 녹아 냉기가 한반도까지 내려왔기 때문이다. 여름철 폭염과 집중호우도 온난화로 북태평양 고기압이 예년보다 강했던 게 이유다. 가을이 늦어지는 현상도 온난화로 여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이 2000∼2009년 전국 60개 지점에서 관측한 지난 10년간의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12.8도였다. 평년값(71∼2000년) 12.3도에 비해 0.5도 상승했다.
박지훈 최승욱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