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에도 ‘재능기부’ 바람 분다

입력 2010-09-12 19:11

자신의 재능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재능 기부’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출판계에도 저작권을 비롯한 재능 기부 바람이 불고 있다.

민희식 전 한양대 교수와 영문학자 고(故) 장왕록 전 서울대 명예교수의 유족들이 저시력자들을 위해 설립된 출판사 ‘큰글’에 번역저작권을 기부했다. 12일 출판사 큰글에 따르면 민 전 교수는 ‘어린 왕자’ ‘보바리 부인’ ‘좁은 문’ 등 14종의 번역저작권을 선뜻 내놓았으며, 장 전 교수의 경우 가족들이 ‘암흑의 오지’에 대한 고인의 번역저작권을 기부했다.

큰글은 이달 말 두 교수의 번역서가 포함된 ‘큰글문학전집’을 출간할 예정이다. 글자 크기는 일반 책보다 배 정도 큰 20.5포인트(A4 판형 기준)이며, 책 중간 중간에 음성변환 바코드인 ‘보이스 아이’를 인쇄해 리더기로 책 내용을 음성으로 들을 수 읽게 했다.

소설가 김영하씨도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재능 기부를 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 7월부터 네이버 블로그 ‘김영하의 스토리특급’을 운영하며 자신의 신작인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를 비롯해 그동안 발간된 단편소설을 연재하고 있다. 블로그에서 그의 글을 읽은 네티즌은 ‘해피빈 콩’을 기부할 수 있으며, 이렇게 모인 해피빈 콩은 개당 100원으로 네이버가 현금화해 아이티 지진 피해 복구를 돕는 유엔난민기구(UNHCR)에 기부한다.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김씨의 작품을 읽고 기부에 참여한 사람은 1300명이 넘는다. 김씨는 지난달 말 UNHCR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기부는 국립중앙도서관이 운영하고 있는 ‘소리책나눔터’에도 이어지고 있다. 소리책나눔터는 출판사나 저자 등이 도서의 디지털 파일을 국립중앙도서관에 기증하면, 도서관이 이를 시각장애인이 읽을 수 있는 점자나 음성도서 등으로 변환해 제공하는 사업이다. 현재 작가와 출판사, 기관 등이 총 98종의 도서 디지털 파일을 기증했다. 기증에 참여한 작가는 노경실, 박은정, 신경호, 송언 등 30여명에 이른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소리책나눔터의 운영 활성화를 위해 올 4월 출판계 언론계 학계 종교계 등 23명으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했으며, 파일 기증 및 내려받기를 위한 인터넷 사이트(nanum.dibrary.net)를 시험 운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철훈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