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보다 대화’ 기류 완연… 對北정책 궤도 수정?

입력 2010-09-12 18:18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 기조가 바뀌고 있는 것일까.

정부와 청와대는 부인하고 있으나, 지난 3월 천안함 사태 이후 강경했던 이 대통령의 대북 정책 기조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실제 최근 이 대통령의 발언들은 남북 대립보다는 대화에 무게가 실려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의 월례회동에서 “남북관계도 적절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고, 10일 러시아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는 제2 개성공단을 언급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고 강조하며 천안함 사태에 따른 강력한 대북 대응조치를 천명한 바 있다.

일단 청와대 측은 12일 “인도주의적 지원과 대북 정책을 동일시해서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대화 가능성 발언들도 ‘북한의 천안함 사과’라는 전제가 붙어 있다는 설명이다. 전제가 충족되지 않았는데도 이 대통령이 대북 정책의 기조를 수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북 쌀 지원 문제와 관련해서도 “현재 정치권과 민간에서 나오는 것처럼 정부 차원의 대규모 쌀 지원을 하게 될 경우 과거 정권 때와 다른 게 뭐가 있느냐”며 “이전 정권 식의 남북 관계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북한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는 게 청와대 측 인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국민들이 천안함이나 (피살된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사건이 재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느낄 만한 조치들이 필요하다”며 “북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일련의 대남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는 있지만, 이 대통령이 원하는 ‘근원적인 해법’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 남북간에 흐르는 기류가 당장 이 대통령의 대북 정책 기조 변화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집권 후반기로 접어든 이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지금의 상태로 끌고 가는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의 최근 발언도 터닝포인트 시점을 찾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얘기다. 실제로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남북관계를 계속 경색 국면으로 몰고 갈 수 없다는 목소리들도 커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선언했던 원칙들이 있기 때문에 대북 기조를 한꺼번에 유턴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면서도 “그러나 미국, 중국의 움직임 등과 동떨어진 선택을 하기는 어렵다. 상황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 측면은 있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