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즈워스 방한… 6자 재개 조율할 듯
입력 2010-09-12 21:17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2일 오후 방한했다.
대북 대화 무드가 조성되는 시점에 자주 등장하는 보즈워스 대표가 한·중·일 순방에 나서면서 북핵 6자회담 재개 분위기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그의 방한은 3월 26일 천안함 사태 후 처음이다.
보즈워스 대표는 인천공항에서 “방문 목적은 한국 정부와 협의하기 위한 것이고 거기에 집중하고 싶다”면서 “한국 정부 관리들과 만난 후 더 할 말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6자회담 개최 시기에 대해서는 “모르는 일”, 재개조건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의 최근 유화 제스처에 대해서는 “북의 행동을 단정 짓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미 정부가 ‘보즈워스 동북아 순방카드’를 뽑아든 것만으로도 한·미 당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시사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보즈워스 대표의 이번 방한은 외형상 천안함 사태 전 조성됐던 6자회담 재개 흐름과 흡사하다. 그의 3국 순방은 이달 초 우다웨이 중국 한반도사무 특별대표가 북·중 정상회담 직후 미국을 방문한 데 이어 한국 측 6자회담 대표인 위성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을 급거 방문하는 등 회담 재개 논의가 활발해진 시점에 미 정부가 선택한 것이다.
특히 천안함 사태가 발생하기 전 대화 분위기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 바로 보즈워스 대표다. 보즈워스 대표는 지난해 12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메시지를 평양에 전달했다. 이후 지난 2월 북·중 양국 고위급 교차 방문이 있었다. 보즈워스 대표는 이어 한·중·일 3국을 순방하면서 6자회담 재개를 타진했었다.
따라서 미국이 지난 2월 대화 분위기로 돌아서면서 한편으로는 천안함 사태로 촉발된 제재 흐름과 병행하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우리 정부는 일단 신중한 반응이다. 북한의 뚜렷한 태도변화 없이는 6자회담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북한 특유의 지연전술에 휘말려 천안함 제재의 탈출구만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보즈워스 대표의 순방은 그동안 이어온 5자(북한 제외한 6자회담국) 대화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13일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오전에 만난 뒤 오후 신각수 외교장관 직무대행을 예방하고, 위 본부장과 면담한다. 이어 청와대에서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을 만난다. 그는 14~15일 도쿄, 15~16일 베이징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