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킹, 태양계와 유사한 행성시스템 발견 천지창조 부인·무신론 근거로 내세워
입력 2010-09-12 18:11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68·캠브리지대 교수) 박사는 기존 책들과 강연에서 ‘신’이란 단어를 자주 언급해 온 까닭에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으로 그간 알려져 왔다. 하지만 정작 그 자신은 신을 믿지 않는다고 밝혀 왔으며 최근 미국의 물리학자 겸 작가인 리어나드 믈로디노프와 함께 출간한 새 저서 ‘위대한 설계(Grand Design)’에서 더욱 분명히 무신론에 가까운 주장들을 펼치고 있다.
호킹 박사는 이 책에서 우주 창조에 대해 “중력과 같은 물리법칙이 존재하므로, 우주는 무(無)로부터 스스로 창조될 수 있으며, 창조될 것”이라면서 “자발적인 창조는 무 이상의 것이 존재하는 이유, 우주가 존재하고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 7일 미국 ABC 뉴스에 출연해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간이 입증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과학은 신을 불필요한 것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호킹 박사가 ‘신이 없다’며 내세운 근거는 태양계가 우주의 유일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1992년 태양계와 흡사한 행성시스템들이 발견되면서 지구가 인간을 위해 설계됐다는 기독교식 천지창조론의 근거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만일 신의 의도대로 우주가 창조됐다면 인간이 살기 적합한 환경을 조성한 태양계와 유사한 행성계가 수백 개나 우주에 존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빅뱅(우주가 대폭발로 시작됐다는 가설)이 중력 법칙에 의한 필연적 결과이듯 인간과 지구는 신이 창조한 유일하고 독특한 세계가 아니라 중력 등 몇 가지 물리적 법칙(다우주이론, M이론)이 미묘하게 어우러져 만들어낸 우연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