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 美 민주당 선대위원장 오바마

입력 2010-09-12 18:54

한국에서는 대통령의 선거 중립 원칙이 굳어진 지 오래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두 달 앞두고 마치 민주당의 선대위원장처럼 일하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는 하원 435명 전원과 상원 100명 중 37명, 37개 주지사와 2개 미국령지역 지사를 뽑는다. 2012년 재선을 위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더없이 중요한 선거다. 각종 개혁 어젠다와 경제정책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엔 백악관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취임 이후 네 번째다. 75분 동안 진행된 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 문제에 대부분을 할애했다. 외교 문제는 두 개의 전쟁과 이슬람 문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중동평화 문제 등을 원론적인 수준에서만 언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견에서 “경기침체가 남긴 구멍이 워낙 크다”면서 “사람들이 우리에게 ‘당신들이 한 게 뭐가 있느냐’고 얘기하는 걸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회견 내내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늦다는 ‘고백’도 했다. 하지만 결론은 ‘공화당의 비협조’로 더 경제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선대위원장’ 오바마의 전략은 ‘경제위기 원인을 제공한 공화당은 경기회복 정책 집행에도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그런 전략은 지난주부터 가시화됐다. 경기부양과 관련한 두 번의 공개 연설에서 공화당을 사정없이 비난했다. 넥타이 없이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붙인 채 공화당을 비판하는 그의 모습은 대선 선거운동 당시를 연상시킨다.

오바마 대통령이 경기회복이라는 국내 현안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하면서 외교 문제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몫이 됐다. 힐러리 장관은 지난주 외교협회 초청 연설에서 “전 세계의 주요 외교적 현안을 해결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맡는 등 미국이 직면한 ‘새로운 기회의 순간(new American Moment of Opportunity)’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스마트 외교전략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국의 리더십을 부각시킴으로써 국민에게 자부심을 주기 위한 메시지다.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 클린턴 국무장관은 외교, 이렇게 선거전략 업무 분담이 이뤄진 것이다. 민주당을 구하기 위한 오바마-클린턴 조(組)의 선거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