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심성 상봉’ 대신 정례화 관철해야
입력 2010-09-12 19:01
북한이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한 데 대해 우리 정부가 이를 수용하면서 상봉 정례화를 제안키로 한 것은 시의 적절한 결정이다. 지금까지 이산상봉은 항시 1회성 이벤트 성격이었다. 남측의 끈질긴 정례화 요구에도 북측은 계속 거부해왔다. 폐쇄사회의 개방불안 심리도 작용했겠지만 북측은 이산상봉을 남북협상 과정에서의 ‘선물’로 활용해왔다.
이번에야말로 상봉 정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북측이 이례적으로 이산상봉을 먼저 제의한 것은 천안함 폭침에서 비롯된 남측의 대북 적개심을 누그러뜨림으로써 수해지원 물자를 많이 받아내고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유도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나아가 북핵 6자회담 재개 분위기를 조성하고 유엔 대북제재에서 조기에 벗어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고 본다. 북측이 이런 대남 유화 제스처를 취하는 것은 그만큼 다급하다는 얘기다.
아직 상봉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등록 이산가족은 남측 기준으로 8만 4000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70세 이상 고령자가 77.2%나 된다. 이들의 숙원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정례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우리가 금강산에 500억원이나 들여 이산가족 면회소를 지은 것은 정례화를 전제로 한 것이다. 대북 협상력을 발휘해 정례화 합의를 도출해 내기 바란다.
이 시점에서 한 가지 분명히 해 둘 것은 북측의 유화 제스처에 우리 정부가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원칙론이 일관되게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두고자 한다. 이산상봉이나 수해관련 대북 지원은 어디까지나 인도적인 문제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마음의 문을 열고 긍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천안함 폭침과 금강산 관광객 총격에 대해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이 정치·국제적 현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기는 아직 어렵다. 대북 제재에 변화를 줄 때가 아님은 말할 것도 없다. 정치권이 요구하는 대규모 쌀 지원에도 신중을 기해야겠다. 이 대통령이 제2 개성공단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천안함 사죄’를 전제로 한 것은 이런 배경을 감안한 조건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