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2년] 수출·환율·재정정책 3박자 맞물려 ‘V’자형 회복

입력 2010-09-12 21:23


15일은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부실 사태가 글로벌 금융 위기로 확산된 지 2주년이 되는 날이다. 위기 진앙지 미국 경제의 현주소와 함께 가장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했지만 위기의 교훈에는 둔감한 한국 경제의 양면을 짚어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2010년 한국경제 연례협의보고서’에서 “한국경제는 ‘대불황(Great Recession)’의 충격에서 인상적으로 회복됐다”고 높이 평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한국은 가장 성공적으로 글로벌 금융 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난 국가로 꼽힌다.

각종 경제지표를 보면 우리나라는 위기에서 ‘V’자로 회복한 모습이다. 그 비결로는 일찍부터 시작한 중국 등 신흥국 위주로의 수출시장 다변화, 고환율, 정부와 중앙은행의 시의 적절한 재정·통화정책 완화 등이 꼽힌다.

◇환율과 수출다변화가 위기 극복 견인차=2008년 상반기까지 1000원 안팎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금융 위기가 터진 9월 이후 급등했다. 11월에는 월평균 환율이 1400원에 다다랐다. 2009년 3월 2일에는 금융 위기 이후 최고치인 1570.3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고환율은 수출기업에는 가격경쟁력 면에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기회”였다.

특히 금융 위기 동안 제조업 경쟁국인 일본의 엔화가 강세를 보인 덕분에 해외시장에서 우리 상품의 영향력은 커졌다.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월 225억 달러였던 수출액은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지난 7월 사상최대인 431억6000만 달러까지 늘었다.

‘수출시장 포트폴리오’ 다양화도 위기극복의 주요 요인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의 편중에서 벗어나 중국과 인도, 브라질, 동남아, 중동 등 신흥국으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 데 주력했다. 위기 속에서도 수출의 선방은 이 방향 전환에 크게 힘입었다.

한국은행 조사 결과 올 1∼7월 수출액 비율을 보면 중국이 25.1%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동남아가 19.9%로 미국(10.7%)과 EU(11.9%)를 제쳤다. 중동(6.1%)과 중남미(7.7%)도 일본(5.8%)을 눌렀다.

◇신속한 경기부양이 내수 투자 회복=재정적자 등 논란이 있긴 하지만 정부의 신속한 재정 확대 정책은 빠른 경제회복의 토대를 만들었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고환율에 타격을 입을 뻔하던 내수시장이 안정을 찾은 이유이기도 하다.

금융 위기 직후 정부와 한국은행은 미국 중국 일본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서 외환시장의 불안을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 또 지난해 28조원이 넘는 추경으로 일자리를 만들었고 지난해 상반기 65%를 투입한 재정 조기 집행도 경제현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정부가 재정을 신속하게 투입하면서 내수 활성화에 기여한 면이 분명히 있다”며 “위기관리 능력 면에서는 정부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2009년 전기대비 -10.5%를 기록한 설비투자는 올 2분기 9.1%로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2008년 4분기에 4.5%나 감소했던 민간소비는 2009년 1분기부터 6분기 연속 성장을 이뤄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