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신창호] 스마트폰이 지배하는 세상
입력 2010-09-12 19:23
요즘 우리 일상을 지배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스마트폰이다. 애플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 시리즈, 대만 HTC 소식이 거의 매일 핫뉴스로 다뤄진다. 직장 동료들은 서로 스마트폰을 켜놓고 이게 좋다, 저게 좋다 갑론을박을 한다. 누가 먼저 최신 앱을 사용하는가는 이제 현대인의 ‘스마트함’의 기준이 됐다.
불과 수개월 전에 아이폰3G가 온통 관심을 받더니 어느덧 삼성 갤럭시 시리즈가 대세가 됐다. 좀 있으면 4세대 아이폰 광풍이 불 것이고 몇 개월이 지나면 멀티코어 스마트폰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 아무 곳이나 이 기계를 갖다대면 그곳 정보가 단말기에 뜨고 지하철에 앉아서 이메일을 받고 은행거래와 주식투자, 회사 일을 보는 건 구문(舊聞)이다.
영어 ‘smart’의 어원은 ‘불에 덴 것처럼 고통스러운’이란 뜻의 독일 고어 ‘smerzan’이라 한다. 게르만의 한 변방 민족이었던 앵글로색슨이 쓰던 옛날 영어에서 이 단어는 ‘smerten’으로 변형돼 ‘남들에게 고통을 주다’는 뜻으로 쓰였다. 이 말이 현대 영어에서 어찌 ‘똑똑하다’는 뜻으로 바뀌었는지는 어디에도 잘 설명돼 있지 않다. 유추해보건대 똑똑해질수록 남들에게 고통을 줄 가능성이 더 많아서 그렇게 쓰임새가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추리를 스마트폰에 대입하면 더 사실감이 있다. 아날로그 세대에게 이 납작한 ‘기계문명의 총아’는 얼마나 많은 고통을 주고 있는지 멀리 돌아볼 필요도 없다. 일터의 수많은 장년층이 스마트폰의 유용한 사용법을 배우느라 땀을 뻘뻘 흘리는데 그 앞에 20·30대 신세대는 자신들의 풍부한 디지털 지식을 자랑하느라 어깨 힘이 빠지질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마트폰으로 우리는 진짜 똑똑해졌는가? 전광석화 같은 이 속도의 세계에서 삶을 명상할 자투리 시간조차 이 기계는 빼앗아갔다. 책은 더 뒷전으로 밀려났다. 상대를 위한 배려심도 엷어졌다. 출근길 버스나 지하철 내 사람들 모습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음악은 3분짜리 MP3 파일로 둔갑해 느리고 길거나 어렵고 복잡한 곡들은 ‘창고의 박제품’으로 전락했다.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의 신화’에는 “문제는 찬란한 외침보다 쓰디쓴 확인이다”라는 대목이 있다. 스마트폰이 지배하는 지금의 세상이 혹시나 ‘똑똑한’ 세상이 아니라 혹 ‘고통스런’ 세상은 아닐까. 똑똑해진 기계 덕분에 사람은 바보가 돼 가고 있다고 말하면 지나친가?
신창호 차장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