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예수는 누구인가
입력 2010-09-12 19:23
(11) 예수의 명성과 긴장
예수의 길에는 두 가지가 엇갈린다. 명성과 긴장이다. 명성은 군중, 곧 무리와 관계되고 긴장은 예수를 적대시하는 사람들과 연관된다. 명성이 높아질수록 긴장도 커진다.
명성이 가장 높아진 때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다. 급기야 예수와 긴장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예수를 죽이려고 체포한다. 이 상황에서 예수를 따르는 무리와 예수를 적대시하는 집단이 충돌해야 맞다. 그러나 마가복음이 전하는 예수의 길은 그렇게 진행되지 않는다. 명성과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때 무리가 예수를 칭송한 것이 허구임이 드러난다. 무리는 돌변한다. 적대자 편에 선다. 예수를 십자가에 처형하라고 외친다.
하나님의 아들이며 그리스도이신 예수께서 걷는 길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이 바로 여기에 있다. 예수는 그 길을 홀로 걷는다. 무리는 예수의 길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예수는 처음부터 그걸 알았다. 문제가 되는 게 제자들인데, 이 얘기는 나중에 하자. 예수의 길에서 제자들의 역할에 대해서 우선 결론을 말하자면, 이들도 예수의 길에서 동반자가 되지 못했다. 예수는 처절하게 홀로 걸었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그 어떤 사람도 예수의 동반자가 되지 않았다. 예수에게 동반자가 있었다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였다.
독일에 돌아와서 모처럼 아내와 시간을 가졌다. 태중에 있는 아기는 잘 자라고 있었다. 한국에 다녀온 얘기며 회사 일 얘기를 하고서 선배와 만나 마가복음 독서를 나누었다는 말을 했다. 아내는 흥미롭게 들었다. 내가 성경에 진지하게 관심을 갖는 것이 기쁘다는 걸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선배에게 들은 신학적 지식과 내가 꼼꼼하게 관찰하며 읽은 마가복음 독서를 모아서 얘기했다.
“여보, 마가복음이 참 재미있어. 찬찬히 읽으면서 내용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니까 재미있기도 하고, 내가 마치 그 시대 속으로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 거야. 예수께서 걸어가신 길에서, 처음부터 명성이 높아가고 동시에 긴장도 커져. 예수께서 공적인 사역을 시작하는 장면이 마가복음 1장에 나오는데 시몬과 안드레, 야고보와 요한을 제자로 부르고 나서 가버나움 회당에서 귀신들린 사람을 고치는 장면이 나와. 이 사건 때문에 예수는 갑자기 유명해지시는 거야. 1장 28절 좀 봐. ‘예수의 소문이 곧 온 갈릴리 사방에 퍼지더라!’ 1장 마지막 절엔 예수께서 너무 유명해져서 동네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가 돼. 어쩌다 동네에 들어가면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들고, 바닷가에서도 사람들이 너무 많아 해변에 배를 띄우고 거기에 서서 가르치시는 거야. 3장 7절에는 예수의 명성이 갈릴리뿐 아니라 이스라엘 전체 지역 그리고 더 나아가 이스라엘 경계를 넘어 북쪽과 남쪽과 동쪽 지역까지 퍼졌고 거기에서도 사람들이 예수를 찾아왔다고 기록하고 있어. ‘유대와 예루살렘과 이두매와 요단 강 건너편과 또 두로와 시돈 근처에서 많은 무리가 그가 하신 큰일을 듣고 나아오는지라.’ 그리고 말이야, 이렇게 빨리 명성이 높아지는데, 동시에 긴장이 그만큼 커지면서 예수를 죽이려는 논의가 시작돼! 이게 전부 마가복음 초기 부분의 상황이야.”
성경에 대한 내 관심이 기뻐서가 아니라 아내가 내 얘기 자체에 진지하게 반응하는 게 눈에 보였다. 내 얘기는 계속됐다. “이런 상황에서 3장 6절이 아주 중요한 구절이야….”
지형은 목사(성락성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