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2년] 美 회복세 둔화 뚜렷… 더블딥 공포 여전

입력 2010-09-12 18:27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미국 발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났지만 미국의 경제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더블딥 (경기 재하강)’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고,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는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하락)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경기 재하강 우려=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초강력 경기부양책을 썼지만, 미국 경기는 예상만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올 봄만 해도 경기 회복이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됐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기준으로 전 분기 대비 1.6%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발표된 2분기 GDP 속보치 2.4%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3.7%로 크게 둔화된 데 이어 2분기 성장률도 1.6%로 더욱 낮아졌다. 미국 경기 회복세의 둔화가 뚜렷해진 것이다. 하반기 성장률도 2%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관심사인 고용사정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실업률은 9∼10%에서 호전되지 않고 있다. 실업률 개선은 당분간 지지부진할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예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더 나빠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실업률이 과거의 5% 수준까지 내려가려면 최소한 4년은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재정 적자 문제는 미국 경제에 점점 위협적인 요소로 다가서고 있다. 의회예산국(CBO)은 9월 말로 끝나는 2010년 회계연도 재정적자 규모를 1조3400억 달러로 전망했다. 이는 GDP의 9%에 해당된다. 향후 10년간 누적 재정적자 규모는 6조2700억 달러일 것으로 예상됐다.

폴 볼커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의장은 최근 “미국 경기는 회복이라고 말할 상황은 아니다”면서 “미국 경제가 완전히 회복하려면 앞으로 수년이 걸리고 글로벌 은행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데는3∼6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기부양책 효과는=오바마 대통령은 지난주 향후 6년간 500억 달러를 사회간접시설에 투자하고 2년간 기업 설비투자에 대해 2000억 달러의 세금을 깎아주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연구·개발비 투자에도 10년간 1000억 달러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등 총 3500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을 밝혔다. 지난해 7870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에 이은 것이다.

그만큼 경기 회복이 안 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공화당은 벌써부터 “오바마 행정부의 경기 부양책은 실패했다”고 단언하면서 “추가 경기 부양책에 국민 세금을 쏟아 부을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이라 반발의 강도는 세다. 설사 관련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된다 하더라도 실제 효과는 내년 봄 이후에야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경기 회복을 전제로 출구전략을 만지작거렸던 연방준비제도(Fed)도 경기 부양이 당초 예상대로 잘되지 않자 장기국채를 사들여 유동성을 계속 공급하는 쪽으로 기조를 바꿨다. 하지만 시중 유동성이 생각만큼 크게 증가하지 않아 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