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이슬람과 전쟁 없다… 우리는 하나”
입력 2010-09-12 21:27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9·11테러 9주년을 맞아 “이슬람과의 전쟁은 없다”며 인종과 종교 간의 단합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미국 곳곳에선 이슬람 찬반 시위가 이어져 종교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11일 국방부에서 열린 추념식 및 주례 인터넷·라디오 연설을 통해 “우리는 하나의 국가이자 하나의 국민”이라고 강조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9월의 그날 우리를 공격한 것은 종교가 아니라 알카에다”라며 “미국인으로서 우리는 이슬람과 전쟁을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우리를 분열시키려는 유혹에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이 붕괴된 ‘그라운드 제로’ 현장에선 조 바이든 부통령과 희생자 유가족 등 수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념식이 열렸다. 9년 전 테러범들에게 납치된 첫 번째 항공기가 WTC 북쪽 건물에 충돌한 시간인 오전 8시46분 추모 종소리가 울려 퍼지자 3000명에 가까운 희생자들의 이름이 낭독됐다.
당시 테러로 아내와 조카를 잃은 치아치아로(67)씨는 “이슬람 사원은 무슬림들이 전쟁으로 획득한 지역에 짓는 것”이라며 “이는 정복의 상징인데 굳이 여기에 그런 상징물을 세워야 하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은 이슬람 사원 건립에 대한 찬반 양측의 시위대가 충돌할 것을 우려, 그라운드 제로 주변에서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그러나 정오를 넘어서면서 이슬람 사원(모스크) 건립 반대파와 찬성파 시위가 곳곳에서 이어졌다.
반대파 시위대들은 미국 성조기를 들고 흔들면서 “이슬람 사원은 더 이상 안 된다”며 “마호메트는 무슬림 가운데 가장 과격한 인물이며 오사마 빈 라덴은 그의 지시를 따른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시위대원들은 코란을 찢어 불을 붙이기도 했다. 이에 맞서 찬성파 시위대들은 ‘이슬람 공격은 인종주의의 발로’라는 피켓을 들고 “편협한 종교관이 전쟁을 불러온다”고 주장했다.
코란을 불태우겠다고 밝혀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테리 존스 목사의 플로리다주 게인스빌의 교회 ‘도브 월드 아웃리치 센터’ 주변에서도 찬반 시위가 이어졌다. 한 시민은 코란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다가 경찰에 제지당했다. 트럭에 인화물질 등을 싣고 교회로 접근하려다가 경찰의 검문 과정에서 적발된 사람도 있었다. 특히 테네시주 스프링필드에선 대니 알렌 목사와 밥 올드 목사가 나란히 코란을 태우는 행사를 갖기도 했다.
한편 존스 목사는 NBC방송의 ‘투데이’ 프로그램에 출연, “우리는 코란을 소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뿐 아니라 앞으로도 하지 않겠다”며 코란 소각 계획 철회 의사를 최종 확인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