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우상 뛰어넘은 ‘유승민 키즈’

입력 2010-09-12 19:11

2004년 8월 26일 인천공항 입국장. 아테네올림픽 탁구 남자단식에서 우승한 유승민(삼성생명)을 맞이하기 위해 수많은 팬들이 입국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유승민의 부천 내동중 후배들도 선배에게 줄 꽃다발을 들고 섞여 있었다. “우승할 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는 유승민과의 인터뷰를 마친 모 방송국 기자는 이날 ‘꽃돌이’였던 유승민의 9년 후배 선수에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많이 가르쳐 주시고, 저도 열심히 연습해서 승민이 형처럼 금메달을 따겠습니다.”

당시 자신의 꿈을 당차게 얘기하던 내동중 1년생은 이후 승승장구, 6년 만에 마침내 국가대표로 뽑혔다. 정영식(18·대우증권). 당시 그는 1년 선배 이상수(19·삼성생명)와 동기 서현덕(18·삼성생명)과 함께 지도교사 인솔로 꽃다발을 들고 인천공항을 찾았고 우연히 인터뷰를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다짐한 말처럼 열심히 연습했고 지난 10일 아시안게임 탁구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에서 대표팀 맏형 오상은(33·KT&G)과 유승민(22)을 꺾으면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여자골프에 ‘박세리 키즈’가 있는 것처럼 탁구계에서는 이들을 ‘유승민 키즈’ 1기로 꼽는다. 유승민이 중국의 만리장성을 무너뜨리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것을 지켜보며 세계정상의 꿈을 키운 선수들이다.

당시 공항에는 가지 않았지만 충남 천안에서 유승민의 우승을 지켜보며 꿈을 키운 ‘유승민 키즈’가 또 있다. 정영식과 같은 학년인 김민석(KT&G). 천안중때부터 정영식 서현덕 등과 겨뤄 주니어무대를 호령하던 그도 이번 선발전에서 기존 대표선수들을 누르고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번에 선발된 4명 중 2명이 ‘유승민 키즈’인 셈이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