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 드라마세트장 주민건의서 조작 의혹
입력 2010-09-12 18:54
울산시 울주군이 영어마을 조성비용을 전용해 MBC 드라마 세트장 건립을 추진하면서 근거로 내세운 주민건의서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2일 본보가 입수한 주민건의서 사본을 보면 순번을 달리해 서명이 중복됐는가 하면 한 사람이 여러 명의 서명을 도용한 경우도 있었다.
건의자 연명부 첫 번째 장과 두 번째 장에는 서로 다른 필체로 새마을부녀 회장 명의의 서명이 중복돼 있었고, 맨 마지막장에는 서로 다른 필기구를 사용했지만 필체는 유사한 주민자치부위원장 명의의 사인이 기입돼 있었다. 이외에도 사인펜과 볼펜 등을 이용해 한 사람이 서너명의 서명을 동시에 한 정황이 의심되는 사례도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
이 건의서에 서명한 것으로 돼 있는 서생면의 한 자치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업에 동의는 하지만 설명회 날 바빠서 참석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민건의서는 지난달 8일 울산MBC가 서생면사무소에서 주민 80여명을 대상으로 세트장건립 설명회를 연 뒤 참석자들중 일부에게서 서명을 받아 작성됐다. 군은 이 건의서를 근거로 드라마세트장 건립비용 30억원(세금 포함)을 지원해 달라는 군수 명의 공문을 한국수력원자력공사에 보낸데 이어 MBC와 세트장 건립비용 지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에 대해 울주군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 서명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다 보면 중복해서도 쓸 수 있는 것”이라며 해명했다.
한편 세트장 건립비용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건축업을 하는 주민 김모(50)씨는 “648㎡(약200평)의 가건물 1층짜리 집을 짓는데 건축비만 27억이나 들어간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