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크리스천 가수들 10월 내한 공연 “과거사 용서 비는 마음으로 축복의 무대 준비”

입력 2010-09-12 18:00


14년 전 일본 도쿄 ‘미션 에이드 크리스천 펠로십’을 담임하는 세키네 가즈오(61) 목사는 한 영성캠프에서 80대 노인 가네코 미츠루씨, 그의 아들 가네코 겐지씨와 한방에 묵게 됐다. 태풍 때문에 예정된 행사가 모두 취소되자, 겐지씨는 다른 사람들과 인근 온천으로 떠났다. 아들이 없자, 가네코씨는 세키네 목사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는 도쿄대를 졸업하고 농림성에서 일했다. 캠프에 오기 전 아내와 사별하고 깊은 절망감에 빠져 지냈다. 나이가 드니 귀도 조금씩 멀고,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지금 아들네와 함께 살고 있는데, 조각가인 아들은 작품 활동 외에 치매 환자들을 대상으로 재활프로그램을 실시합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게 아닙니다. 아들은 봉사를 한다고 하지만, 손자들을 생각하면 그들 가족의 미래가 걱정입니다.”

늘 행복한 웃음만 짓던 가네코씨에게 그런 내면의 문제가 있을 줄이야…. 세키네 목사는 축복하고 싶었는데,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그의 손을 잡고 위로의 기도를 드렸다.

이후 세키네 목사는 ‘일본인들을 축복하고 격려하는 찬양이 없을까’를 고민했다. 그리고 서로를 축복하는 노래 ‘갓 블레스 유(God Bless You)’를 썼다. 곡은 일본에서 각종 CM송, 만화 ‘도라에몽’ 등의 테마곡을 맡았던 이와부치 마코토씨가 붙였다.

‘갓 블레스 유’가 일본인 사이에서 요즘 ‘축복송’으로 널리 불리고 있다. 한국에는 ‘축복합니다’, 히브리어로는 ‘샬롬’, 영어로는 ‘갓 블레스 유’란 말이 있지만, 일본에는 서로를 위해 축복하는 인사말이 없다. 이에 지난 1월 일본의 크리스천 가수들이 마음을 모아 ‘갓 블레스 유’ 앨범을 발표하고, 서로 축복하기 시작했다. 몇 년 전 ‘묻지마 살인’으로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던 아키하바라에서 ‘갓 블레스 유’를 외쳤다. 200여명이 모여 하나님의 축복을 경험했다.

3월에는 도쿄에서 아이티를 돕기 위한 콘서트를 열어 수익금 전액을 월드비전에 기부했다. 오사카 나가노 등에서도 ‘갓 블레스 유’를 전했다. 일본은 지금 하나님의 축복을 알리는 ‘갓 블레스 유’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제 바다를 건너 한국에까지 이 운동이 전해진다. 일본의 크리스천 가수들이 다음 달 한국을 방문, 국내 찬양사역자들과 함께 ‘갓 블레스 유 콘서트’를 갖는 것.

콘서트를 주관하는 세이미니스트리와 일본 크리스천신문 한국지국은 최근 간담회를 열고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이한 올해 일본 크리스천 가수들이 한국에 용서를 구하고 서로 화해하며 어울리는 축복의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본과 한국의 찬양사역자들이 연합해 콘서트를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크리스천신문 한국지국의 손제현 국장은 “일본의 크리스천은 과거사와 관련해 회개하고 용서받고 싶어한다”며 “그런 마음을 담아 이번에도 일본에서 콘서트를 요청했고, 일본 가수들이 기쁨으로 콘서트를 준비 중”이라고 소개했다. 일본은 이 축복의 운동이 동남아시아를 넘어 세계에 퍼져나가길 희망하고 있다.

콘서트에는 ‘갓 블레스 유’ 앨범에 참여한 일본 가수들이 대거 동참한다. 작곡자 이와부치 마코토씨 부부를 비롯, 영화 ‘러브레터’의 작사가이자 찬양가수로 활동 중인 고쿠부 유리에, R&B 가수로 활동 중인 시오야 다쓰야 부부, 젊은층에 인기가 많은 미기와, 가미야마 미사가 온다. 이들과 함께 시와그림, 안성진, 최인혁, 임미정, SAY 등 국내 찬양사역자들이 출연하다.

콘서트는 10월 9일 오후 3시30분, 6시30분 두 차례 서울 서교동 롤링홀에서, 10일 오후 7시 인천 효성중앙교회에서 각각 열린다. 기획사인 비컴퍼니는 ‘야곱의 축복’ ‘아주 먼 옛날’ 등의 축복송을 담아 일본을 향한 답가 형식으로 ‘갓 블레스 유’ 한국어 버전 앨범을 이날 선보인다(070-4086-3128).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