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권 대한성서공회 이사장 인터뷰
입력 2010-09-12 16:17
[미션라이프] 오는 20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대회의장에서는 제8회 세계성서공회연합회(UBS) 총회가 개최된다. 1966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이후 2004년 영국 웨일스 총회(7회)에 이어 6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게 되는 총회는 20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5일간 회의와 각종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특히 23일엔 ‘한국의 밤(Korean Night)’도 열려 각국 대표단에게 한국문화와 한국교회를 소개하게 된다. 개막 준비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준비위원장 김순권(69·경천교회) 대한성서공회 이사장을 지난 10일 만났다. 김 이사장은 99년부터 대한성서공회 이사를 맡아오다 지난 5월 신임 이사장에 취임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장, 기독교방송(CBS) 이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9월 정진경 이사장 별세 이후 이사장직을 대행해 왔다.
-이번 총회의 의제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총회에는 전 세계 147개국 성서공회의 이사장과 총무, 청년 대표, 내빈 등 총 480명이 방한합니다. 이들은 평생 성경 발간에 열정을 쏟은 전문가들입니다. 총회는 UBS에서 주관하며 개회식 이후 20개 분과에 걸쳐 성서공회의 4가지 정신을 바탕으로 논의하게 됩니다. 번역, 출판, 반포(보급), 활용(생활화) 등을 주제로 회를 거치며 교회·사회와의 관계, 성서공회의 리더십, 경영 마인드 등에 대해서도 토론합니다. 특히 청년대회를 위한 40명의 대표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성경 보급 방안 등에 대해서도 논의하게 됩니다. 참가자들은 또 한국의 성경 출판 현장을 돌아보며 대한성서공회의 발전상도 확인하게 됩니다.”
-대회 개최지 선정 때 인도 중국 등과 각축전을 벌였다고 들었습니다.
“보통 6년 또는 8년마다 모이는 총회는 유치하는 것만으로 자국의 위상을 높이는 기회가 됩니다. 한국이 선정된 것은 대한성서공회의 발전이 다른 국가에게 모범이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UBS 회원국 중 자립한 나라는 20개국에 불과합니다. 대부분 회원 국가들이 도움을 받고 있는 실정인데 한국은 지난 79년부터 자립으로 전환했습니다.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지금은 UBS 본부에 매년 100만 달러를 공식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회의 의의는 무엇이라 보십니까.
“각국 성서공회의 실무 리더들이 대거 참여한다는 점에서 한국교회와 성서공회의 발전상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이번 총회는 일찍부터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국이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전환한 데 따른 관심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총회는 국위 선양의 의미가 큽니다.”
-대한성서공회의 발전 요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아무래도 한국교회의 성장과 맥을 같이 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한국교회의 부흥과 맞물려 있다고 봅니다. 70년대 교회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대한성서공회는 자립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한국교회 성도는 원래 성경과 친밀합니다. 한국 성도들은 교회 갈 때 성경을 갖고 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성경과 신앙생활이 깊이 연관돼 있는 것입니다. 또 부흥회가 사경회 중심이었다는 점에서 성경에 대한 관심은 지대했습니다. 지금도 대부분 교회가 매년 12월 둘째 주일을 성서주일로 지키고 있습니다. 다양한 교파로 나뉜 가운데 성경만은 하나로 통일됐다는 자부심도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고 봐야겠지요.”
-한국교회의 성경 번역과 출간은 언제부터 시작됐나요.
“한국은 특이하게 외국 선교사가 발을 내딛기 이전부터 성경 번역이 이루어졌습니다. 1882년 스코틀랜드 선교사로 중국에서 활동하던 존 로스가 조선인을 만나면서 조선말로 성경을 번역한 것이 효시입니다. 최초의 한글 성경은 ‘예수셩교누가복음젼셔’와 ‘예수셩교요안복음젼셔’로 스코틀랜드성서공회의 지원을 받아 만주에서 출간됐습니다. 이후 최초의 신약성서인 ‘예수셩교젼서’가 영국성서공회의 지원으로 출간됐고 1911년 최초의 ‘구약젼셔’와 함께 최초의 ‘성경젼셔’가 출간됐습니다. 대한성서공회는 1895년 영국성서공회 조선지부로 시작돼 UBS에는 1949년 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대한성서공회가 전 세계에 지원한 성서 배포 사업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재정과 인력을 비롯한 여러 가지 면에서 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UBS에 100만 달러를 지원하는 것과는 별도로 미자립 성서공회의 성서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각 나라별로 요청하는 성경을 대한성서공회에서 직접 인쇄, 제본해 발송까지 하고 있습니다. 또 UBS의 성서제작센터로서 매년 160여개 언어로 120개 나라에 500만부의 성서를 제작 보급해 세계선교에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성서기증 사업은 아프리카에 특히 많아 2008년의 경우 베닌, 보츠나와, 카메룬 등 15개 나라에 9만2600부의 성경을 기증했습니다.”
-총회 이후 대한성서공회의 사업 방향을 듣고 싶습니다. 미디어와 기술의 발달로 젊은이들은 다른 형식의 성경을 원하고 있습니다.
“성경 제작은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일입니다. 한국의 발전된 인쇄술과 제본 기술을 이용해 전 세계 다양한 방언으로 된 성경을 보급하는 데 더욱 앞장서게 될 것입니다. 전 세계를 향한 성경 배포는 결국 복음의 확장을 의미합니다. 자립이 안 된 국가들을 꾸준히 지원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시대에 맞는 다양한 성경 개발도 시도할 것입니다. 외국의 경우 슬라이드나 영화 등으로도 성경을 보급하고 있습니다. 새 시대에 맞는 옷을 개발하는데 힘쓰겠습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