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만인보’ 주제 사람들 이야기

입력 2010-09-12 17:45


지난 3일부터 66일간의 전시를 시작한 ‘2010 광주비엔날레’는 고은 시인의 연작시 ‘만인보’를 주제로 삼았다. ‘만인보’가 숱한 인물의 삶을 소개하듯 비엔날레 역시 사람들이 그동안 만들고 남긴 수많은 이미지를 통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31개국 134명의 작가가 참가한 비엔날레전시관은 ‘이미지의 박물관’이나 다름없다. 디지털 카메라와 인터넷의 발달로 누구나 이미지의 생산자가 될 수 있고 이를 빠르게 전파할 수 있는 이미지 과잉의 시대에서 인간과의 관계를 살펴보겠다는 마시밀리아노 지오니 총감독의 기획의도다.

비엔날레는 이미지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포되며 변주되는지, 어떤 힘을 갖게 되는지 등을 보여주는 5개의 전시실로 구성됐다. 알래스카 말라뮤트 동호회 등 다양한 인터넷 동호회 회원들의 모습을 찍은 김상길의 ‘오프라인 동호회’ 연작으로 시작되는 1전시실은 갖가지 포즈를 취하는 이미지를 통해 자아를 살펴보게 한다.

2전시실 일레인 스터트번트의 ‘워홀 플라워’는 의 앤디 워홀의 ‘꽃’을 재현한 것으로 이미지 복제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영웅과 순교자를 주제로 한 이미지를 모은 3전시실에서는 대지주에게 착취당하는 중국 소작농민들의 모습을 100여개의 실물 크기 조각상으로 재현한 ‘렌트 컬렉션 코트야드’가 눈길을 끌었다.

4전시실에는 독일의 큐레이터이자 컬렉터인 이데사 헨델레스의 ‘테디베어 프로젝트’가 돋보인다. 테디베어를 안은 사람들을 찍은 3000여장의 사진과 실물 테디베어들이 전시장을 빼곡하게 채운 작품으로 사람들을 대신하는 우상이나 대용품을 만들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를 드러내고 있다.

광주의 역사성에 주목한 작품도 있다. 크로아티아 작가 산야 이베코비츠의 ‘바리케이드 위에서’는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기린다. 이번 비엔날레는 설치작품 대신 사진과 영상이 전시장 대부분을 차지한다.

부산 광주=글 사진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