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입양어린이 합창단의 공연 현장을 가다
입력 2010-09-12 16:00
[미션라이프] 비바람이 짓궂게 몰아치던 지난 10일 오후 8시. 서울 삼성동 올림푸스홀에선 특별한 음악회가 열렸다. 음악회가 시작되자 분홍색 원피스와 정장 차림의 어린이 30명이 해맑은 얼굴로 뛰어나왔다. 이들은 모두 부모에게 버림받고 제3자에게 입양된 어린이들이다.
“많은 어린이들의 아픔과 슬픔 바라봐요. 우리의 사랑과 노래로 그들의 눈물 닦아 주어요~”
무대는 입양어린이 합창단의 창단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어린이들은 100여명의 관객을 향해 손을 벌려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과 ‘사랑과 축복’, 입양의 노래를 불렀다. 짓궂은 날씨만큼이나 슬픈 과거를 지닌 인격체지만 오히려 사랑으로 극복하고 관객을 향해 행복을 노래한 것이다. ‘가슴으로’ 어린이들을 낳은 부모들은 손을 흔들고 연신 휴대전화와 카메라로 촬영하느라 바빴다.
클라이맥스는 입양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고수지(15) 양의 무대였다. 그녀는 태어나자마자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6개월 때 고세진 전 아세아연합신학대 총장의 가정에 입양됐다. 세 살 때 잡은 바이올린은 유명 콩쿠르를 휩쓴 음악신동에서 촉망받는 예술가로 변신시켰다. 미국 시카고음악학교에 재학 중인 고 양은 한 사람의 가능성이 어떻게 계발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산 증인이기도 하다.
파란 원피스를 입고 나온 고 양은 ‘사랑의 인사’ ‘집시의 노래’ 등을 연주하며 무대를 휘어잡았다. 관객들은 숨을 죽이며 활과 손가락으로 바이올린을 자유롭게 다루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봤다. 연주가 끝나자 ‘브라보’와 ‘앙코르’가 터져 나왔다. 마지막으로 연주한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은 고아 신분에서 화려한 연주가가 되기까지 자신의 삶에서 역사하신 하나님을 향한 신앙고백이었을 것이다.
연주회를 지켜본 김삼환 명성교회 목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교회가 가까이 다가서지 못했던 점을 참 많이 반성했다”면서 “한국교회가 입양아들을 위해 힘쓴다면 주님이 정말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5년 전 입양 어린이들을 모아 합창단을 조직한 김수정 글로벌오페라 단장은 “무대에 선 어린이들은 이미 행복이라는 촛불을 찾은 아이들”이라며 “앞으로 합창단을 통해 다른 아이들도 희망과 행복의 촛불을 켤 수 있도록 기도와 후원을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