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가을을 웃긴다… 코믹한 신작 두 편 ‘톡식 히어로’·‘스팸어랏’
입력 2010-09-12 20:16
눈에 띄는 신작이 없던 올해 뮤지컬 시장에 재미있는 신작 두 편이 나타났다.
뮤지컬 ‘톡식 히어로’는 생생한 캐릭터의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수퍼히어로 이야기의 틀을 따른다. 평범한 청년 멜빈(라이언)은 도시의 환경오염을 걱정해 시장을 찾아가지만, 오히려 시장은 오염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그를 유독폐기물에 빠뜨린다. 간신히 살아남은 멜빈은 외모가 흉측해졌지만 엄청난 힘을 얻고 ‘톡시’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도시를 정화해 나간다. 어느 날 평소 사랑하던 시각장애인 도서관 사서 새라(최우리)를 위험에서 구해주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톡시의 흉한 외모를 알게 된 새라는 그를 받아들일지 고민하고, 동시에 시장은 톡시를 제거하기 위한 계획을 꾸민다.
이야기 자체는 진지할지 모르지만 ‘톡식 히어로’는 공연 내내 웃음이 넘친다. 전반적인 웃음 코드는 B급 유머다. 갑자기 큰 힘을 갖게 된 멜빈의 변신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훼손된 신체로 장난을 치기도 하고, 여장을 한 배우들이 과도한 몸짓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마니아들이나 열광할 정도로 과하지 않아 객석에서 골고루 웃음이 퍼진다.
웃음과 더불어 배우들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이 작품을 돋보이게 한다. 시장, 멜빈 엄마, 수녀 역으로 등장하는 홍지민은 평소 대중에 비치는 당당한 이미지를 무대에서 극대화해 보여준다. 홍지민이 한 곡 안에서 엄마와 시장을 번갈아가며 노래하는 장면은 가장 큰 박수를 받을 만큼 눈에 띄었다. 시각장애인으로 등장하는 새라는 기존 여주인공과 달리 적극적이고 푼수 같은 캐릭터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또 경찰관부터 소녀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는 두 멀티맨(임기홍 김동현)의 활약은 주인공보다 더 큰 존재감과 재미를 준다. 모든 캐릭터가 생생해 주인공의 존재감이 오히려 다소 약하게 느껴질 정도다. 10월 10일까지 서울 대치동 KT&G 상상아트홀(02-501-7888).
뮤지컬 ‘스팸어랏’은 풍자와 패러디가 버무려진 코미디 뮤지컬이다.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 이야기를 패러디한 뼈대에 정치에 대한 풍자와 기존 뮤지컬을 패러디한 장면을 곳곳에 삽입했다. ‘스팸어랏’이라는 제목은 햄의 상호명이자 무더기로 발송되는 이메일을 의미하는 스팸(Spam)에다 아더왕 이야기의 무대인 카멜롯(Camelot)을 결합한 조어다. 2005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 된 이후 총 1575회 공연되며 롱런 중인 흥행작이다.
하지만 영어권 국가의 정서를 기반으로 한 유머라 한국 관객들이 잘 받아들이지 못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제작진은 한국 관객에 맞는 풍자와 패러디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극 중에서 아더왕이 수행해야 하는 임무 중에 하나로 뮤지컬 공연이 있다. 브로드웨이 공연에서는 뮤지컬 제작자나 등장인물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유대인을 비꼬고 풍자하는 내용을 담지만, 국내 버전에서는 연예인이 꼭 등장해야만 성공하는 현실을 꼬집는다. ‘스팸어랏’에서도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의 예성이 출연한다는 점에서 스스로 풍자의 대상이 되는 셈이다.
웃기는 데 일가견 있는 배우들의 캐스팅은 작품에 대한 기대치를 높인다.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와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 등으로 코믹 연기의 정수를 보여준 박영규와 개그맨 출신으로 뮤지컬 스타가 된 정성화가 번갈아 아더왕을 연기한다. 9월 28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서울 양재동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1588-5212).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