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명품녀’ 조작방송 논란 확산… 방통심의위 심의 착수해
입력 2010-09-10 19:03
온·오프라인에서 화제가 됐던 ‘명품녀’에 대해 국세청의 조사결과 방송 과장 의혹이 일자 해당 케이블 방송사의 조작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하지만 해당 방송사는 출연자의 진술과 영상이 신빙성이 있었다며 조작 의혹을 일축했다.
지난 7일 케이블 방송 엠넷의 ‘텐트 인 더 시티’에서 김모씨는 명품 패션 스타일을 소개하는 ‘명품 마니아’로 출연했다. 김씨는 방송에서 걸치고 온 명품만 4억원에 이르고, 사용 중인 차는 선물 받은 것으로 3억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게다가 직업은 없지만 부모님으로부터 용돈을 받아 명품을 산다고 말해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온·오프라인에서 뜨거운 공방이 벌어지자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한 야당 의원은 김씨를 세무조사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세청 등 관계 당국이 이날 사실 확인에 나서자 김씨는 주변 인사에게 “방송사가 마련한 대본대로 읽었다”며 방송 내용 상당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 당국이 직간접적으로 파악한 결과 김씨의 부모는 방송에서 밝힌 대로 수십억원의 용돈을 줄 정도로 부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유부녀이고, 남편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봉급생활자로 부유한 생활을 하지는 않았다.
또 방송에 나온 것처럼 김씨의 집은 서울 논현동에 있지만 남편 이름으로 등기된 연립주택이고, 근처에 있는 친정집도 평수가 좀 넓긴 하지만 호화 주택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가 방송에서 얘기한 3억원짜리 고급 승용차는 김씨 명의로 소유한 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논란이 커지자 주변에 “방송국에서 마련한 대본대로 읽었다”고 해명해 방송 내용이 상당 부분 과장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 일본에 체류 중인 김씨는 조만간 귀국해 해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엠넷은 이에 대해 “조작 방송은 있을 수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엠넷 이재향 홍보팀 대리는 “이 프로그램은 대본 자체가 없다. 김씨가 제작진의 섭외에 응해 촬영했고, 그 과정에 일말의 강요나 조작은 없었다”며 “김씨가 직접 촬영해 온 집 내부 영상 및 촬영 직전 인터뷰, 원본 테이프 등을 통해 증명할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유부녀라는 것에 대해서는 “제작진에겐 미혼이라고 말했다”고 반박했다. 부모님으로부터 용돈을 받아 명품을 샀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부모 직업과 한 달 수입에 대해서는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어 묻지 않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방송사가 출연자에 대한 기본적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비판은 면치 못하게 됐다. 엠넷 측은 “제작진이 재산증명서, 부모 소득증명서, 명품 영수증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방송에 필요한 사실 확인에는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날 해당 방송의 사실 여부에 대한 심의에 착수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