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김정은 카운터파트 아니다”

입력 2010-09-10 21:31

러시아를 순방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오전(현지시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알려진 3남 정은에 대한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러시아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답하는 형식이었다.

이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면담 가능성을 묻자 “(김정은이) 차세대 지도자로 지명됐다고 해서 카운터파트(Counterpart)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김일성에서부터 김정일 위원장, 그리고 3세대 세습이 되겠다”며 “그 세습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것은 북한 내 사정이기 때문에 우리가 뭐라고 언급할 수 없고, 또 잘 알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혹시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게 될 때 같이 앉으면 자연스럽게 만날 수는 있겠다. 그러나 카운터파트가 아니니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김정은은) 거의 안 알려져 있어 잘 모른다.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경색된 남북관계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전제된다면 여러 가지 협력할 분야가 많다는 설명이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개성공단과 관련, “대한민국 정부도 개성공단을 유지 발전시키는 것을 원하고, 북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또 한반도종단철도(TKR) 및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관련, “러시아 정부와 한국 정부도 오래전부터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며 “아마 북한도 얼마 있지 않아 동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의 변화라는 전제가 붙어 있지만 정부가 대북 쌀 수해 지원을 긍정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북 기조가 변화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오후 야로슬라블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정세, 러시아산 가스 도입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어 제2차 세계정책포럼에서 ‘현대국가의 민주주의와 국가발전’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이 대통령은 “한 단계 높은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구체적 실천 전략으로 공정한 사회를 제시했다”며 “공정한 사회야말로 대한민국 선진화의 윤리적·실천적 인프라(토대)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야로슬라블=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