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혈세 개념 없는 장·차관 고액 과외
입력 2010-09-10 17:51
장·차관 등 고위 공무원들이 이른바 미디어 트레이닝이라는 명목으로 1회에 500만원이 넘는 고액 과외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용하는 이 프로그램은 각 부처 대변인들을 대상으로 해 오던 것을 지난해부터 장·차관에게까지 확대했다고 한다.
미디어 트레이닝은 원래 기업에서 언론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홍보 담당자들을 훈련시키는 프로그램이었으나, 기업홍보에서 CEO(최고경영자)의 비중이 커지면서 CEO와 임원 등으로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를 기업에 비유하면 장관이 CEO라는 점에서 부처를 대표하는 장관이나 차관에게 미디어와 친숙해질 기회를 제공하려고 했다는 문화부의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장·차관이 소관 부처의 정책을 직접 국민에게 알려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정책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난해 장·차관급 11명과 대변인 18명 등이 1회에 고작 3시간짜리 미디어 트레이닝을 받는데 무려 6560만원의 예산이 소요되고, 특히 장·차관에게는 최고 544만원이 지급되는 등 고액 강습료가 나갔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많은 세금이 들어가는 프로그램을 통해 미디어 트레이닝이라는 명칭에 걸맞은 효과를 거뒀느냐는 점이다.
지난해 3월 장·차관 미디어 트레이닝의 첫 케이스였던 이달곤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의 교육 내용을 보면 TV 출연 때의 몸짓과 옷차림, 카메라 응시 방법, 발음과 억양 교정 등 아나운서 지망생들을 상대로 한 카메라 테스트와 별반 다를 바 없다. 미디어 트레이닝의 교육 내용이 발성과 호흡훈련, 대담·인터뷰 실습, 이미지 컨설팅 등이라고 하니 장·차관의 TV 카메라용 이미지 관리에 정부 예산을 쓴 셈이다.
정부와 국민 간의 소통은 언론을 통해 이뤄진다. 따라서 장·차관 등 고위 공무원들이 미디어의 속성을 잘 파악하고 제대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시킬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전직 아나운서 등에게 고액의 족집게 과외 방식으로 스피치 훈련을 받는 게 전부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쇼 비즈니스 스타일의 구태의연한 미디어 트레이닝을 중단하고 다매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방식을 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