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9주년 맞은 미국, ‘모스크 건립- 코란 소각’ 대립… 깊어만 가는 ‘반목’
입력 2010-09-10 18:10
9·11 테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테러 발생 9년이 지났지만 미국에선 아직도 반(反)이슬람 정서가 변하지 않고 있다. 9·11 테러로 인해 일어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미 안보 당국은 국민과 안보를 위협하는 새로운 유형의 자생적 테러에 대한 대책을 올해 처음 안보 전략에 포함시켰다.
◇덧나는 상처들=9·11 테러 9주년을 맞아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던 복음주의 교회 ‘도브 월드 아웃리치 센터’(Dove World Outreach Center)의 테리 존스(48) 목사가 9일 이 계획을 취소했다가 번복했다. 존스 목사는 “미국의 이슬람 지도자들과 ‘그라운드 제로’(옛 무역센터 건물 자리) 근처의 이슬람 사원 건립 계획이 다른 곳으로 옮겨지는 것에 대해 합의됐기 때문”이라고 취소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사원 건립을 추진해온 이맘(이슬람 성직자) 파이잘 압둘 라우프가 “그런 합의가 없었다”고 부인하자, 존스 목사는 “취소가 아니라 잠시 유보일 뿐”이라고 말을 바꿨다.
코란 소각 계획과 뉴욕 모스크 건립에 대한 찬반 여론은 미국민 정서에서 아직도 9·11 테러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이날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라운드 제로에 모스크 건립을 반대하는 비율은 66%였다. 응답자 31%는 ‘주류 이슬람이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고 답했다. ‘국가가 9·11 테러 이전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48%)은 절반이 못됐다.
더 이상의 파장을 차단하기 위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 코란 소각 계획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부 장관은 직접 존스 목사에게 취소 요청을 할 정도로 9·11 테러와 이슬람은 미국민들에게 깊이 각인돼 있다. 40대 이상 중 69%가 “아직도 9·11 테러를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자생적 테러=9·11 테러 이후 미국이 두 개의 전쟁을 일으키면서 전 세계 미국 시설물에 대한 보안은 상당히 강화됐다. 하지만 미 안보당국은 새로운 유형의 테러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바로 자생적(homegrown) 테러다. 9·11 테러 이후 미국 내에서 32건의 테러 관련 사건이 발생했는데, 그중 12건이 올해 일어났다.
올해 뉴욕 타임스스퀘어 폭탄테러 기도, 미국 여성의 이슬람 테러단체 가입 사건, 지난해 뉴욕 통근열차 폭파모의 사건, 아칸소주 리틀록의 모병소 총기난사와 텍사스주 포트후드 총기난사 사건 등은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의 소행이다. 이들 중 일부는 해외에서 알카에다로부터 훈련받았고, 일부는 인터넷 등을 통해 이슬람 테러리스트와 접촉했다.
4년마다 작성되는 국가안보전략(NSS)보고서에는 ‘새롭고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 자생적 테러리즘’이 국가안보 우선순위에 들어갔다. 보고서는 인터넷의 급속한 발달로 미군에 의한 ‘이라크 민간인 학살’ 등 과격 무슬림들의 선동 전술이 먹혀들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진화하는 테러 네트워크=알카에다 지도부는 섬멸됐지만, 이라크나 아프간 또는 그 외 지역에서 테러는 더욱 횡행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테러 세력이 여전히 미국을 위협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예멘이나 북아프리카 지역에선 오사마 빈 라덴을 추종하는 무장세력이 알카에다 지부를 자처하며 독자적인 테러활동을 하고 있다. 빈 라덴은 하나의 전설이 돼 강력하고도 독립적인 테러 세력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시키는 구심점이 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미국과 동맹국 국민들에 대한 테러엔 항상 범행을 자처하는 단체가 나타나고, 이 단체는 다른 세력과 연계돼 있다. 네트워크 강화로 테러 전술이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존 브레넌 백악관 대테러담당 보좌관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강연에서 “적들이 전술을 새롭게 진화시키고 있는 데 맞춰 우리도 지속적으로 대응방안을 진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본토 내에서의 자생적 테러리즘 확산도 테러 세력의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와 연관성이 있다.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미국 국적의 이슬람 성직자 안와르 알 올라키는 인터넷을 통해 테러를 부추겨 왔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