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대안학교 실제 생활은… "자유 만끽하며 꿈과 끼 키워요"
입력 2010-09-10 18:06
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나보네. 아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이야기다. 설마? 맞다. 이들이 다닌 학교는 대안학교다. 서울여대를 졸업한 뒤 외환은행에 근무하고 있는 조씨는 경기도 화성 두레자연고 출신이다. 해군사관학교를 나와 씩씩한 여군이 된 이씨는 충북 청원 양업고등학교를 다녔다. 이들은 대안학교 졸업생 10여명과 함께 최근 ‘나? 대안학교 졸업생이야!’를 펴내기도 했다.
고교시절이 꿈에도 돌아가고 싶지 않은 입시지옥이 아니라 꿈을 찾게 해줬고 행복한 추억이 되는 곳이라니 얼마나 멋진가. 자식 사랑 지극한 부모라면 대안학교를 특목고와 함께 ‘우리 아이 보내고 싶은 학교 목록’에 올려놓을 만한데 어떨까? “글쎄.” 아마 대부분의 부모들은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흔히 대안학교는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가는 곳, 여유 있고 튀는 생각을 가진 부모들의 자녀가 가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학입시를 준비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곳이란 염려가 제일 크다. 정말 대안학교는 그런 곳일까?
인문계 고교 교사로 남매를 대안학교에 보내고 있는 추진숙(44)씨는 “고2과정에 있는 큰딸은 8년 전 학교를 다니고 싶어 하지 않아 대안학교로 옮겼다”고 했다. 대안학교는 천성이 느린 추씨 딸의 특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줬고, 개별성을 인정받은 아이는 아침마다 웃는 얼굴로 학교에 다녔다. 그는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는 환상은 금물”이라면서도 “공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추씨는 “중2과정의 둘째 아들은 공교육에 잘 적응했지만 학교 이념이 좋아 옮긴 경우다. 그런 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대안학교가 학교 부적응아들에게 도움이 되는 곳이지만 그런 학생들의 집합체는 아니란 얘기다.
딸을 비인가 대안학교 고1과정에 보내고 있는 강현경(44)씨는 “사교육을 전혀 시키지 않기 때문에 그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중산층 가정보다는 학비 부담이 외려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비인가 대안학교는 입학할 때 발전기금 등 500만∼1000만원의 목돈을 내야하고, 월 교육비도 40만원 이상이다. 사교육비가 절약된다고 해도 공교육에 비하면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다. 비인가 학교의 학비가 비싼 것은 정부보조를 전혀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국의 비인가 대안학교는 100여개교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우학교 등 인가 대안학교는 비인가 학교에 비해 학비가 싼 편이고, 비인가 대안학교 중 시의 보조를 받는 곳은 저소득가정에 혜택을 주고 있어 형편이 어렵더라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안교육연대 활동가 정선임씨는 “서울시대안교육센터의 지원을 받는 서울시 네트워크학교(표)에선 기초생활수급자는 무료이고, 차상위계층에겐 장학금을 대폭 주고 있다”고 소개한다.
파주자유학교 교사 장금자씨는 “대안학교에선 자발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는 대신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교육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공부도 억지로 시키지 않는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좋은 대학을 보내기 위해 사교육을 시키는 요즘 ‘공부도 하고 싶으면 하라’고 놔두는 학교를 선택하는 부모들이 별난 것은 사실이다.
장 교사는 “대안학교 고등과정 학생들도 입시에는 신경 쓴다”면서 다만 입시에 임하는 자세가 다를 뿐이라고 했다. 대안학교 학생 대부분은 나한테 맞는 것, 하고 싶은 것이 뭔지 고민하다 그 공부를 위해서 대학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입시를 준비한다는 것. 장 교사는 “공교육에선 경쟁을 통해서 실력을 키운다면 대안교육에선 동기화해서 자발적으로 실력을 키우도록 이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성공회대 하태욱 외래교수도 “대안학교 학생들은 치열한 자기주도학습으로 실력을 키우고 있으며, 자율과 협동을 강조하는 학교생활을 통해 자발성, 리더십, 팀워크를 익히고 있다”면서 “대안교육 출신자들을 채용한 기업의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대에 기업 사회 국가가 필요한 덕목을 대안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셈이다. 학벌지상주의에서 한걸음만 물러나도 대안학교는 우리 아이 보내고 싶은 학교 목록 위쪽에 자리 잡을 만하다.
대안교육 전문가들은 대안교육의 주요 목표인 자율성은 하루아침에 길러지는 것이 아니므로 대안교육은 빨리 받을수록 좋다고 입을 모은다. 따라서 고교 진학을 앞둔 자녀뿐만 아니라 어린 자녀를 가진 부모들도 대안교육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마침 대안교육연대와 대안교육학부모연대, 대안교육청소년네트워크가 함께 11∼12일 서울 항동 성공회대학에서 대안교육한마당을 마련하니 관심이 있다면 들려보자. 20개 대안학교가 참여해 참여수업을 하며, 쉼터 공간에선 대안교육전문가들이 나서서 상담을 해준다. 참가비는 어른 1만원, 학생 5000원이다. 간단한 식사도 제공한다(070-7135-5508).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