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바람 솔솔… 가을 여인 멋부리기
입력 2010-09-10 17:44
위는 가죽점퍼, 아래는 단아한 스커트… 상반된 두 스타일 섞어입는 센스를
우와! 아침 저녁 선선한 바람이 분다. 37년 만의 무더위였다는 올여름이 꼬리를 보이고 있다. 8월 말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가을 옷들이 이제야 슬슬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가을은 멋부리기 딱 좋은 때다.
새 옷을 마련할 ‘신상녀’들은 물론 갖고 있던 옷을 다시 챙겨 입을 ‘알뜰녀’들도 꼭 챙겨봐야 할 것이 유행 정보. 패션 전문가들은 올 가을 패션 키워드로 우아한 요조숙녀를 떠올리게 하는 레이디 라이크룩(Lady Like Look), 군복에서 모티브를 따온 소프트 밀리터리, 간결한 실루엣의 미니멀리즘을 꼽고 있다. 제목만 봐도 대충 짐작이 가듯 이것저것 다 있다. 매우 여성적인 스타일과 남성적인 느낌이 물씬한 디자인, 그리고 이런저런 장식을 배제한 깔끔한 옷들이 두루 나와 있다는 얘기다. 취향껏 고를 수 있고, 장롱 속에 있는 옷을 뒤져 멋 내기에는 더욱 좋다.
레이디 라이크룩은 일명 ‘청담동 며느리룩’으로도 불린다. 그만큼 단아한 차림이다. 2차세계대전이 끝난 뒤 크리스천 디올이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뉴룩’을 발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바로 이 스타일에 뿌리를 두고 있다. 비키 김지수 디자인실장은 “짧고 타이트하면서 허리를 짤록하게 강조한 상의에 일자로 떨어지는 펜슬스커트, 또는 아래로 갈수록 넓어지는 플레어 스타일 스커트가 기본”이라고 추천했다. 요조숙녀 스타일인만큼 스커트 길이는 결코 짧지 않다. 무릎이 살짝 드러나거나 덮는 정도의 길이다. 누구나 한 벌쯤 갖고 있는 카디건에 플레어스커트를 입은 뒤 벨트로 허리를 강조하면 레이디 라이크룩을 연출할 수 있다. H라인의 원피스에도 벨트를 묶어주면 허리 잘록한 뉴룩 스타일이 된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동경인가? 올가을 여성들은 군복에 매료된다. 트렌드 컨설팅연구소 인터패션플래닝 안수경 수석연구원은 “비행사 재킷 에비에이터를 빼닮은 가죽점퍼, 큰 주머니가 옆에 달린 카고 점프 수트, 금색 단추, 버클, 견장 등 군복 디자인과 디테일들이 여성복으로 옮아와 있다”고 말한다. 레이디 라이크룩을 유행시켰던 디올의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 패션 천재로 불리는 마크 제이콥스, 올가을 국내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낸 꼼데가르송의 준레이가와쿠보 등이 섹시함을 강조한 밀리터리룩을 무대에 올렸다. 평범한 니트나 남방에 견장을 달아보는 것은 어떨까. 요즘 비즈로 계급장 모양을 만든 장식들이 많이 나와 있다. 갖고 있는 니트 어깨 부분에 시침질만 해주면 소프트 밀리터리룩 완성.
미니멀리즘은 20세기 후반부터 강세를 보여 온 스타일. 최근 몇 시즌 동안 과도한 장식이 유행했던 만큼 올가을 미니멀리즘은 새롭다. 패션쇼핑몰 하프클럽 박선영 스타일리스트는 “장식을 최대한 절제한 모던한 실루엣이 특징으로 몸매를 강조하지는 않지만 세련된 여성미가 느껴지는 스타일”이라고 소개한다. 미니멀리즘은 단순미가 최고(Simple is the Best)라는 명제를 실현하는 디자인. 스텔라 매카트니는 재킷 코트의 단추까지 없애는 등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을 내놓았다. 장롱 속에서 러플 주름 등이 없는 단순한 디자인을 찾는 것이 숙제다.
모그 나효진 디자인실장은 “올가을에는 미니멀리즘과 복고풍의 레이디 라이크룩으로 대변되는 여성스럽고 깔끔한 분위기와 밀리터리룩으로 대표되는 중성적인 무드를 적절히 조화하여 코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위아래 한 가지 스타일을 고수하기보다는 두 가지 상반된 스타일을 적절하게 섞어 입어보라는 것.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려운 조언이다.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을 멋있게 같이 입는 믹스 앤 매치(Mix & Match)는 멋쟁이들이 즐겨 택하는 옷입기 방법.
디올의 존 갈리아노는 밀리터리룩의 대표주자인 비행사 가죽재킷(에비에이터)에 레이스로 장식된 시폰스커트를 골랐다. 패션 천재로 불리는 마크 제이콥스는 큼직한 옆주머니가 달려 있는 비행사들의 카고점프수트를 드레스와 짝을 맞췄다. 이렇듯 밀리터리룩 스타일과 레이디 라이크룩의 블루칩을 함께 입어 보자. 단 거울을 봤을 때 “뭐가 이래”라는 말이 절로 나올만큼 어색해선 절대 안된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