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9 부동산대책 발표’ 열흘… ‘약발’ 미미 주택매매 변화없고 전세시장만 미동
입력 2010-09-09 21:10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열흘이 지났지만 주택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정부는 추석 연휴가 끝나는 이달 말부터 시장의 반응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전문가들은 내년 초쯤으로 ‘약발’의 시기를 늦추는 분위기다. 지난 3일 청약접수가 끝난 동아건설의 ‘용산 더프라임’ 주상복합아파트는 0.6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동아건설 관계자는 “침체된 부동산시장에서 이 정도 경쟁률을 보인 건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올 하반기 분양을 계획했던 다른 건설사들은 분양시기를 놓고 다시 저울질하는 분위기다. 한 대형건설사 임원은 “8·29 부동산대책이 발표됐지만 시장 분위기가 기대했던 만큼 달아오르는 것 같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9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지난달에 이어 동결시킨 데 대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 조민이 리서치팀장은 “부동산시장을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는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주택시장 침체에 대한 우려가 동결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서울·경기지역 매매가 변동률은 이날 현재 -0.05%로 지난 3일(-0.06%)보다 소폭 올랐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미흡하다는 견해가 많다. 지난 7일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한국이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폐지하더라도 연말까지 집값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 것 역시 시장의 판단을 주춤하게 만들고 있다.
오히려 부동산정책 발표 이후 서울·경기의 전세가 변동률이 0.06%(9월 3일)에서 0.09%(9일)로 상승했다는 데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세가 상승은 전세 수요가 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지금은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전히 낮다 보니 집을 사려는 세입자들이 주택 구입을 꺼리고 전세로 남아 있는 케이스가 많다는 분석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정부의 8·29대책 효과가 내년 초쯤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여전히 미분양주택이 많이 남아 있는 데다 물가 상승과 금리인상 여부,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등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수가 있어 주택거래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연말까지는 실수요자들의 시장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현재 강세를 보이는 전세시장이 이어질 경우 내년 초쯤에는 매매시장이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일반적으로 전세가 비율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매매수요로 돌아서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면서 “매매시장을 중심으로 한 주택거래 시장은 내년 초쯤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회의를 열어 ‘8·29 부동산대책’에 따른 후속조치 일정을 확정했다. 오는 13일부터 생애최초 구입자금 지원 등 국민주택기금 지원이 시행되며, 15일부터는 주택금융 신용보증기금의 전세자금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