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나고야 혈투… 日교포 주주들 “이사회에 일임”

입력 2010-09-09 21:24

예상보다 격렬했다. 9일 일본 나고야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신한금융지주의 주주설명회는 신상훈 지주 사장의 해임 정당성을 두고 날카로운 설전이 벌어졌다.



주주들의 고성이 터지고 은행 측 변호사가 중간에 쫓겨나는 등 분위기는 시종 험악했다. 설명회가 끝난 후 주주들은 “이사회에 모든 것을 맡기겠다”고 밝혔다.

신한지주 관계자에 따르면 재일교포 대주주 원로모임인 ‘간친회’ 정환기 회장의 개회사로 설명회가 시작됐다. 라응찬 지주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포진한 지주 측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원우종 신한은행 상근감사는 20여분간 준비해 간 자료를 브리핑하며 “협상할 문제가 아니다. 이런 범죄를 놓고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면서 “상황이 긴급해서 고소를 안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 측 변호사도 신 사장의 배임 및 횡령 혐의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나섰다.

신 사장이 즉시 발끈했다. 그는 “나는 웃는 낯으로 왔는데 회사는 변호사까지 데리고 왔다. 나도 그럴 걸 그랬다”면서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나. 섭섭하다”고 말했다. 이에 주주들이 신 사장 편을 들면서 변호사는 설명회장 밖으로 쫓겨났다.

라 회장은 “이번 일을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 공정하게 해결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행장도 “많은 직원이 (신 사장 범죄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고소할 수밖에 없었다. 선배인 신 사장에게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설명회 도중 이따금 주주들의 고성이 밖으로 흘러나왔다. 잠시 밖으로 나온 한 여성 주주는 “이번 사태에 대한 감사의 설명을 들었는데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회사의 신용을 떨어뜨리고 주가가 폭락한 점, 내분 사태가 매스컴에 보도되고 있는 점에 대한 책임도 누군가는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설명회는 당초 주주들을 설득하겠다는 지주 측 의도와 달리 대체적으로 주주들의 반감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그러나 지주 측은 설명회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낸 것으로 판단했다. 위성호 지주 부사장은 “재일교포 주주들이 회사 측 관계자를 혼내는 얘기를 많이 했다”면서도 “주주들은 사태가 장기화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조기수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이사회를 개최할 것”이라며 “주주들 뜻에 따라 안건은 미리 정하지 않기로 했지만 신 사장의 해임안을 상정해서는 안 된다는 전제조건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히라카와 요지 선이스트플레이스코퍼레이션 대표이사를 제외한 3명의 재일동포 사외이사 등 3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명회가 끝난 후 주주들은 신 사장의 거취 문제와 고소 취하 여부 등 모든 쟁점을 이사회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같은 비행기를 타고 ‘나고야 혈투’로 향했던 3인방의 오는 길은 서로 달랐다. 신 사장은 오사카를 거쳐 이날 오후 9시쯤 김포공항으로, 라 회장과 이 행장은 오후 8시45분쯤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